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AI 100조 국민펀드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데이터센터와 GPU 투자, LLM(대규모 언어모델) 생태계 조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정작 국내 산업계와 시장이 주목해야 할 ‘숨은 수혜 산업’은 따로 있다. 로보틱스다.
이번 정부가 내세운 AI 100조 펀드는 단순히 AI 스타트업 육성을 넘어 국가 주도 하드웨어 인프라 및 전략 산업 전환을 위한 대규모 자본 동원 계획이다. 그리고 이 전략의 말단에 물리적 AI(Physical AI)의 집약체인 로봇 산업이 있다.
■ GPU와 데이터센터, 단지 AI만을 위한 것일까?
정부는 AI 100조 펀드의 첫 수혜처로 국가 주도 데이터센터 건설 및 GPU 확보를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인프라는 단순히 챗GPT류 LLM 생태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율주행차, 산업용 협동로봇, 물류 로봇, 나아가 휴머노이드에 이르기까지 AI 기반 하드웨어 시스템 전체에 걸쳐 공유되는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율주행 로봇은 AI 학습을 위한 대규모 연산 능력과 실시간 추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백엔드 서버와 데이터 전처리 설비는 LLM과 유사하다.
AI 100조 펀드의 인프라 구축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로봇 기업에도 공통 기반 제공이라는 점에서 기술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의 압도적 지원 모델, 한국 로보틱스의 그림자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로봇 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 세제 혜택, 민관합작사 설립 등 ‘패키지형 전략’을 실행 중이다. 그 결과, 유진로봇, 보스턴다이내믹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의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은 있어도 상용화·양산 능력에서는 중국 기업에 뒤처지는 현실이다.
특히 휴머노이드 부문을 보면 중국은 정부 주도의 도시 단위 실증단지, 민간 공동 R&D센터를 설립한 반면, 한국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분절적 경쟁 구도, 정부 보조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격차는 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속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AI 자금이 물리적 AI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로봇 산업은 또다시 ‘기술만 있는 산업’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 한국판 중국 모델로 진화해야
정부는 지난달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라는 이름으로 산·학·연 협업 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이는 단순한 정책 구호가 아닌, 중국의 민관 협력 전략을 한국 실정에 맞게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AI와 로보틱스는 서로 다른 산업이 아니라 연결된 가치사슬이다. 정책의 방향은 ‘디지털 뇌(LLM)’ + ‘피지컬 몸체(로봇)’의 융합이다. 정부의 산업 전략은 이 두 축을 동시에 키우려는 첫 정권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펀드의 최종 종착지는 인간형 로봇”이라며 “정부 주도 산업 전략의 모범 사례가 될지, 또 하나의 선언으로 끝날지는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의 실행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펀드는 단순한 반도체·LLM 지원책이 아니다”며 “로봇 산업이 진짜 반사이익을 누릴 골든타임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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