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이재명 정부의 성패는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부동산은 국민 삶의 무게 중심이자 정치의 바로미터다. 그런데 10월 15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을 보면, 시장을 진정시킬 ‘정책’이라기보다 일시적 ‘진화용 대책’에 가깝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까지 대폭 확대하고 대출을 더욱 조이는 내용이다. '충격적'이라는 세간의 호들갑과 달리 시장에서는 예상했던 수순이다.
이제는 어엿한 주식⸱부동산 전문가가 된 개그맨 황현희씨는 일주일 전 "추석 지나면 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언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 부동산 전문가 이광수 대표는 "이정도는 시장에선 예측 가능한 수준이었다"며 "시장이 과열되면 언제나 등장하는 식상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당장은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집값을 끌어내릴 대책이 아니다"며 "더 심각한 건 이재명 정부가 정말 부동산 시장을 하향 안정화시킬 의지가 있는지조차 불투명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반복했던 실패한 패턴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뒤늦게 대책이 나온다. 오히려 정책이 예고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심리를 부추긴다. 이런 사후 처방은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에게 피로감만 남긴다. 부동산은 단기적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영역이다. '대책이 아니라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함을 얻는 이유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구간에 진입했다. 성장률은 1%대인데 부동산 가격만 오르고 있다. 생산적인 투자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경제 체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 와중에 가계부채는 2000조원을 넘겼다. 어느 순간 가격이 꺾이면 그 충격은 금융 시스템으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안정'이 아니라 가격의 '합리적 하락'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세대 간 격차를 키운다. 대출로 집을 산 30~40대는 가장 소비가 왕성한 세대이지만 이자 상환에 허덕여 쓸 돈이 없다. 내수가 줄면 자영업도, 중소기업도 버티기 어렵다. 부동산 거품은 단지 한 세대의 좌절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위축 요인이 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침묵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완화로 시장에 불을 질렀는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여야 모두 "표 떨어질까 봐" 눈치만 본다. 이 대표는 "심지어 일부 여당 의원실에서도 '부동산 얘기를 너무 세게 하지 말라'는 연락까지 온다"고 폭로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거래만 조용히 만드는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구조 개혁이다. 예측 가능한 공급정책, 조세·금융정책의 일관성, 세대 형평을 고려한 주거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대책은 위기가 닥쳤을 때 내놓는 응급처방이다. 정책은 위기를 예방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의 부동산은 이제 응급실이 아니라 재활병동에 들어가야 한다. 대책이 아닌 정책으로 풀 때 비로소 시장은 안정을 넘어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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