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 연구소·환태평양 이니셔티브 등 구체적 사업 계획 미비한 채 거액 편성
30일 내 '속전속결' R&D 심의 절차 개선 및 사후 평가 거버넌스 재정립 필요
[예결신문=김지수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6년 예산안은 외형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으나 내실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수천억 원대 규모로 증액된 신규 사업들이 실질적인 집행 가능성이나 법적 근거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편성돼 자칫 국가 재정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집행 지연 예고된 실증 사업의 구조적 한계
19일 국회 과방위 예비심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예산에서 가장 시급하게 지적되는 대목은 'AI 반도체 실증 지원' 등 지자체 매칭 사업에서 나타나는 고질적인 집행 부진 문제다. 1023억원이 편성된 '온디바이스 AI 서비스 실증 확산'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은 작년에도 지자체 분담금 매칭 확약이 늦어지면서 실제 예산 교부가 하반기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인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부 과제는 지방비 매칭이 9월에서 12월 사이에야 이뤄졌다. 이는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실제 연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간이 연간 3~4개월에 불과한 셈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결국 연말에 예산을 몰아 쓰는 졸속 집행을 유도하거나, 대규모 불용액을 발생시켜 다음 해 예산 편성의 근거를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에 국회는 지자체의 재정 여건과 매칭 확약 여부를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채 예산 규모만 키우는 행태를 질타했다.
■ 기획 부재와 예산 지침 위반의 사각지대
신규로 추진되는 대형 프로젝트들의 기획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0억원이 편성된 'AGI(인공 일반 지능,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준비 프로젝트'는 국가 AGI 연구소의 법적 지위나 운영 방식, 민간 투자 유치 구조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이 먼저 배정된 대표적인 '선 예산, 후 계획' 사례다. 국회는 추진 주체조차 불명확한 사업에 거액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재정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10억원 규모의 '환태평양 연구협력 이니셔티브'는 예산 편성 지침 위반 소지가 발견됐다. 해당 사업은 순수 R&D 예산인 '출연금' 비목을 활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국제 네트워킹과 홍보, 행사성 경비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R&D 예산은 지식 창출과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돼야 함에도, 단순한 정책 홍보를 위해 연구비를 전용하는 것은 예산 삭감 이전의 방만했던 관리 체계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복우 국회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국회 예비심사보고서 검토의견서에서 "정부가 R&D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도 실제 국회와 부처의 심의 기간은 3주 내외에 불과해 수만 건의 과제를 면밀히 검토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며 "특히 지역 R&D 혁신 사업처럼 대규모 체계 개편이 동반되는 경우, 사전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으면 지자체 간 중복 투자와 거버넌스 혼선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거버넌스 혼선과 타당성 조사 누락 위험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전면 개편된 '4극 3특' 지역 R&D 체계는 총 890억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됐음에도, 예비타당성 조사나 이에 준하는 타당성 재조사를 거치지 않았다. 기존 소규모 사업들을 하나로 묶어 대형화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목적과 대상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행정적 편의를 위해 타당성 검토 절차를 생략했다는 것이 국회의 시각이다.
이런 절차적 정당성의 결여는 결국 현장에서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각 지자체가 유사한 성격의 디지털 혁신 거점을 중복 신청할 경우,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미비해 지역 간 갈등과 예산 중복 투입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가 양자팹 생태계 조성' 사업(168억원)은 연구시설 구축을 위한 자본 지출 예산을 운영비 성격의 경상비로 편성하는 등 기본적인 예산 비목 설정조차 어긋나, 부처 내 검증 시스템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회 전문위원실은 보고서에서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전 기획과 타당성 검토가 선행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출처
• 과기부 2026년도 예산안
• 국회 과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비심사검토보고서
• 제429회 국회 소위원회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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