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식 고부가가치 클러스터 이식 통한 GRDP 전국 상위권 도약 전략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내달(2월) 논의가 확정되는 '5극 3특' 체제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적 잠재력을 지닌 권역으로 충청권 메가시티가 손꼽힌다. 대전광역시, 충청남도,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북도를 중부권으로 묶는 이 거대 경제권은 인구 약 560만명의 체급을 형성한다.
이는 인구 규모면에서 북유럽의 강소국인 노르웨이(550만명)나 핀란드(560만명)와 대등한 수준이다. 본지 취재팀은 충청권 메가시티가 단순한 행정 구역의 통합을 넘어 국가 R&D 자산과 제조 자본의 결합을 통해 어떻게 재정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지 심층 분석했다.
■ 충청권 초광역 산업 벨트와 강소국 아일랜드의 재정적 교훈
5극 3특 체제에서 충청권 메가시티는 대한민국 R&D의 심장인 대전과 국가 제조 공급망의 중추인 충남·북, 행정 기능을 보유한 세종이 결합하며 인구 560만명의 '거대 경제 유닛'으로 재탄생한다. 이는 인구 규모면에서 아일랜드(인구 510만명), 노르웨이(550만명)나 핀란드(560만명)와 대등한 체급이다.
본지 기획취재팀은 충청권 메가시티가 표방하는 특화 산업의 실체와, 이것이 벤치마킹해야 할 아일랜드의 재정 전략을 진단했다.
충청권 메가시티 산업 전략의 핵심은 '설계-실증-생산'으로 이어지는 초광역 수직 계열화다. 그동안 대전은 나노 반도체 설계와 팹리스(Fabless) 연구에 특화됐었으나 대규모 양산 시설이 부족했고, 충남은 천안·아산을 중심으로 한 디스플레이 및 후공정 거점을 보유했음에도 원천 기술의 공급원이 분절돼 있었다. 충북은 청주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패키징 산업이 발달했으나 이를 고도화할 연구 인력을 수혈받는 데 한계를 보였다.
통합 메가시티는 이 세 지역을 하나의 재정 장부로 묶어 무결점 밸류체인을 구축한다. 이런 구조는 법인세와 지방소득세가 메가시티 내에 머물게 하는 '재정 정착 효과'를 극대화한다. 바이오 산업 역시 충북 오송의 양산 시설과 대전의 원천 R&D가 단일한 '초광역 바이오 특별회계'로 지원받으며 미국 보스턴에 버금가는 클러스터를 형성하게 된다.
1980년대까지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아일랜드가 1인당 GDP 10만 달러의 '켈틱 타이거'로 변모한 배경에는 1987년의 '탤러 전략(Tallaght Strategy)'이라 불리는 사회적 대타협이 있었다. 당시 아일랜드는 여야 정당과 노·사·정이 모여 임금 인상 억제, 복지 예산 효율화, 그리고 파격적인 법인세 인하에 합의했다.
이런 재정적 안정성은 글로벌 기업들이 아일랜드를 신뢰하는 기초가 됐다. 특히 아일랜드 산업개발청(IDA)은 기업 유치 시 단순히 부지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지역 대학이 즉각 양성할 수 있도록 '기업 맞춤형 교육 예산'을 직접 설계했다. 이는 충청권 메가시티가 가장 먼저 도입해야 할 소프트웨어 전략이다. 인재 공급이 전제되지 않은 조세 혜택은 일시적 유인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거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국제경제세미나에서 "아일랜드의 비약적 성장은 조세 혜택이라는 단기적 처방과 인적 자본 투자라는 장기적 안목이 결합한 결과"라며 "특히 교육과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국가 예산을 인재 양성에 집중 투여한 것은 인구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한국의 메가시티들도 조세 자치권 확보와 동시에 지역 대학을 글로벌 산업 거점과 연계하는 재정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행정 기구 슬림화와 1.2조원의 전략적 재배치
통합 메가시티의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재정 효율화다. 본지가 충청권 4개 시·도의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행정 기구 통폐합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은 매년 최대 약 1.2조원 수준으로 도출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충청권 공무원 정원 동결 및 본청 유지비 등 '직접비' 3000억원, 시·도가 각기 운영 중인 테크노파크(TP), 경제진흥원, 문화재단 등 80여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을 기능별로 통폐합할 경우, 연간 약 5500억원의 추가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
또한, 분산됐던 지자체 전산망과 행정 시스템, 을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비용 편익은 향후 5년간 약 4000억 원의 시스템 유지비 절감이 예측됐다.
이러한 '재정 다이어트'를 통해 확보된 1.2조원의 재원은 메가시티의 자생력을 키우는 '초격차 펀드'로 전환돼 반도체와 이차전지 분야의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충남의 자동차·디스플레이 산업과 대전의 나노·반도체 설계 역량, 충북의 바이오 헬스케어 인프라를 결합한 '중부권 초광역 산업 벨트'는 통합 메가시티의 재정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동력이다. 이 같은 산업 고도화가 안착되면 충청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오는 2030년까지 서울에 이어 전국 2위권으로 올라설 잠재력을 갖추게 된다는 평가다.
학계에서도 메가시티의 재정적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만수 한양대 교수는 2024년 11월 지방시대위원회 주최 자치분권 대토론회에서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난 30년간 각 지자체는 유사·중복 기능을 가진 공공기관을 비대하게 늘려왔다"며 "행정구역 통합은 이러한 방만한 재정 구조를 도려내는 작업이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기능적 통폐합을 통해 확보된 재원을 지역의 핵심 전략 산업에 재배치할 때, 비로소 메가시티는 자생적인 강소국 모델로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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