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대한민국 행정 지도가 1896년 13도제 실시 이후 130년 만에 근본적인 수술대에 올랐다. 다음달(2월)을 기점으로 기존 17개 시·도 체제가 막을 내리고 전국을 5개의 거대 메가시티(광역경제권)와 3개의 특별자치도로 재편하는 '5극 3특' 체제가 공식 출범한다.
이는 인구 팽창기에 설계된 비효율적인 구조를 인구 소멸기라는 현실에 맞춰 리모델링하는 이른바 '대압축(The Great Compression)'의 시작이다.
■ 팽창의 시대에서 생존의 시대로
그동안 대한민국의 행정 체제는 인구와 산업이 지속 팽창할 거라는 전제하에 설계됐다.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각 지자체는 유사한 성격의 산업단지, 공항, 도로 등 인프라를 중복해 구축했다. 하지만 작년 기준 대한민국은 중위연령 46.7세의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0.7명대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축소 사회'에서 기존 17개 시·도의 분절 구조는 오히려 재정의 낭비를 초래하는 독으로 작용했다. '5극 3특'은 인구 감소에도 행정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는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5대 메가시티와 강원, 전북, 제주의 3대 특별자치도로 국가 자원을 압축 배치, '규모의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지방 정부 사업 선택·재정자율 건전성 확대를 위해 지역균형특별회계 포괄보조금을 3조8000억원에서 10조6000억원으로 7조원가량 늘리는 등 지방 우대 정책을 추진한다"며 "지방은 대한민국을 살리는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재정학적 관점에서 본 '규모의 불경제' 해소
현재 대한민국 지방 행정의 가장 큰 고질병은 '규모의 불경제(Diseconomies of Scale⸱)'다. 규모의 불경제란 기업의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당 평균 생산 비용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으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각 지자체가 독자적인 행정 기구와 산하 기관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경직성 예산은 국가 전체 재정의 효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해 왔다. 내달 시행되는 재편안에 따르면, 광역 단위의 기구 통합만으로도 전국적으로 연간 약 1.5조원 이상의 행정 경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절감한 예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과거에는 절감된 예산이 또 다른 토건 사업이나 선심성 보조금으로 소진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5극 3특 체제는 이를 '초광역 밸류체인' 구축에 집중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경우 개별 시·도가 각자 추진하던 R&D 사업을 하나로 묶어 아일랜드식 고부가가치 클러스터에 예산을 몰아주는 식이다(2편에 추가 서술). 이는 적은 인구로도 큰 '부'를 창출하는 강소국 모델이다.
특히 학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그간 지방 자치라는 명분 아래 진행됐던 '재정적 파편화'를 수습할 기회로 보고 있다.
지방재정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주만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방재정 개혁의 시급성에 대해 "우리나라 지방재정은 중앙정부의 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도 지출의 책임성은 낮은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며 "지자체가 스스로 세입을 확충할 유인이 없는 상태에서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권한 이양과 세입 분권이 동반되어야만 지역의 특색에 맞는 효율적인 재정 운영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재정 주권: 메가시티가 하나의 강소국이 되기 위한 조건
5극 3특 체제의 메가시티들이 싱가포르나 아일랜드 같은 슈퍼 강소국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 주권(Fiscal Sovereignty)'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7대 3 수준인 상황에서는 아무리 지자체 수입을 합쳐도 중앙정부의 교부금에 목맬 수밖에 없다.
진정한 메가시티가 작동하려면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직접 공유하는 '공동세' 제도의 도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메가시티가 독자적으로 세입을 설계하고 지역 특화 산업에 자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조세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지금의 저출산과 고령화, 지역 소멸은 수도권 쏠림 현상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며 "지방이 스스로 살길을 찾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파격적인 권한 이양과 재정 자폭권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본지는 앞으로 이어지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충청권과 호남권 등 각 권역 메가시티의 재정 시뮬레이션 결과와 글로벌 강소국의 예산 기술을 심층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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