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한국 수출은 59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하며 예상 밖 호조를 보였다. 선박을 제외한 실질 수출 증가율은 2.7%,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6.8%에 달했다.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고치인 149억 달러를 기록했고 EU 향 자동차 수출과 소비재 수출의 회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는 구조적 회복보다는 일시적 수요와 정책 변수에 기댄 ‘반짝 실적’에 가깝다. 하반기부터는 수출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 반도체 'P효과'의 끝⸱⸱⸱수출 엔진 지속 가능할까?
6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특히 DDR4 메모리 가격이 전년 대비 191%, 전월 대비 94% 급등하며 수출 단가를 견인했다. 한국과 미국의 주요 제조사들이 DDR4 생산을 조기 종료하면서 공급은 급감했고 여기에 미국의 IT 제품에 대한 관세 재개를 앞두고 기업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수요가 폭증했다. 그러나 이같은 ‘패닉성 매수’는 일회성에 가까워, 3분기 이후에는 가격 상승세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자동차는 EU가 살렸다⸱⸱⸱미국은 역풍
전체 자동차 수출은 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2%)했지만, 이는 EU와 CIS 지역 수요에 크게 의존한 결과다. EU 향 전기차 수출은 무려 41% 증가했고, CIS 향 중고차 수출도 72% 늘었다. 반면 미국향 수출은 18% 감소했다. 미국 내 생산 증가와 보호무역 강화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지속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트럼프발 관세 충격 재개⸱⸱⸱철강·가전 직격탄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9일부터 국가별 상호관세를 재개할 예정이며 철강 및 그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50%로 높였다. 냉장고, 세탁기, 오븐 등 주요 가전제품도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한국의 미국향 가전 수출이 상반기에만 18% 감소하는 등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업계는 관세로 인해 가전제품 가격이 최대 30~33%까지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 미국의 소비력 악화, 학자금 대출 연체 압박
하반기에는 미국 내 소비 여력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7월부터 학자금 대출 연체자 약 200만 명의 급여에서 임금의 최대 15%가 자동 공제되며 세금 환급금 및 연방지원금 지급도 중단된다. 소비 위축이 전자제품 및 내구재 수요 전반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 수출 ‘기저효과’ 기대는 접어야
2분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국의 연간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4%에서 -2%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는 DDR4 공급 충격과 관세 회피 수요라는 비정상적 조건이 만든 결과다. 3분기부터는 ▲반도체 가격 상승 둔화 ▲상호관세 재개 ▲글로벌 수요 위축 ▲미국 소비 침체 등 복합 악재가 수출 환경을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국 수출의 완만한 회복 가능성은 미중 무역합의의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 5~6월 제네바·런던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일부 완화하며 일시적 숨통을 틔웠지만 8월 재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4분기 수출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6월 수출 실적은 숫자상으로는 화려하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글로벌 지정학 변수와 가격 상승 효과에 기댄 단기 회복에 불과하다"며 "하반기부터 시작될 관세 폭풍과 수요 둔화에 대비한 산업별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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