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부풀리기 착시⸱⸱⸱‘실질 현금화 가능성’ 낮아
영구채, 자본일까 부채일까⸱⸱⸱콜옵션 5년 후 ‘시한폭탄’

웅진그룹이 상조회사 1위인 프리드라이프를 약 883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룹의 재무 안정성에 대한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전형적인 ‘레버리지 기반 인수’ 구조에 더해 상조업 특유의 선수금 회계 구조와 자본성증권(영구채)의 후속 상환 리스크까지 더해져 웅진은 과거 코웨이 인수 실패의 데자뷔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 단기차입금 91.4%⸱⸱⸱‘유동성 미스매치’ 심각
2025년 1분기 말 기준 웅진그룹(지주사 기준)의 총 차입금은 3900억원. 문제는 그 중 91.4%(3565억원)가 1년 이내 만기되는 단기차입금이라는 점이다.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 역시 91.8%가 단기차입에 의존하고 있어 그룹 전체가 일시적인 자금 경색에 취약한 구조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514억원에 불과하다. 단기차입금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며 유동비율도 51.5%로, 적정 수준인 100%를 크게 밑돈다. 단기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유동자산의 절대적 부족은 ‘유동성 미스매치’의 전형으로, 자칫 한 건의 차환 실패가 전체 구조의 연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 프리드 선수금 2.5조 ‘회계상 부채’⸱⸱⸱부채비율 400% 육박 전망
웅진이 인수하는 프리드라이프는 약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상조부금 선수금을 보유하고 있다. 상조회사는 관련 법률에 따라 선수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 등에 예치해야 하며 이 예치금은 기업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없는 자산이다.
그러나 회계상 이 선수금은 전액 ‘부채’로 계상된다. 웅진의 기존 부채(약 9956억원)에 이를 단순 합산하면 연결 기준 총부채는 3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웅진의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286.4%였던 점을 고려하면 인수 후엔 400% 안팎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 금융기관이나 신용평가사는 일정 수준 이상 부채비율 상승 시 차입 제한, 금리 인상, 신용등급 하향을 단행할 수 있다.

■ 자산 부풀리기 착시⸱⸱⸱‘실질 현금화 가능성’ 낮아
웅진은 렉스필드 컨트리클럽 등 자산을 편입해 총자산 규모를 1조3432억원으로 늘리며 차입금 의존도 지표를 29%까지 낮췄다. 그러나 이 역시 대부분이 부동산 등 비유동성 자산인 골프장 중심 자산으로, 급격한 자산 매각 없이 현금화하기 어려운 구조다. 회계상 개선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질 재무안정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영구채, 자본일까 부채일까⸱⸱⸱콜옵션 5년 후 ‘시한폭탄’
웅진은 이번 인수와 관련해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금리는 5.8%, 만기는 30년이지만 업계 관행상 5년 내 콜옵션을 행사해 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5년 후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면 자본시장에서의 신뢰도 저하, 신용등급 강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콜옵션 행사 시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면 유상증자나 추가 차입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유상증자 추진 시 주가 하락 및 기존 주주 반발이 불가피하며 추가 차입은 신용 리스크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5년 후 ‘시한폭탄’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 프리드 배당 의존⸱⸱⸱‘코웨이 사태’ 재연될까
웅진은 인수 후 프리드라이프로부터 배당금을 받아 금융비용을 상환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는 과거 코웨이 인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웅진은 코웨이의 현금창출력에 의존해 인수 후 배당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려 했으나 단기차입 만기와 시장 금리 상승, 그룹 신용도 하락이 겹치며 결국 3개월 만에 되판 바 있다.
이번 프리드 인수 역시 고정적인 현금 유입 없이는 영구채 이자, 인수금융 원리금 등 고정비 구조를 버티기 어렵다는 점에서 같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 ‘또 다른 실패’가 아닌 ‘지속 가능성’이 관건
웅진의 프리드 인수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안정적인 캐시카우 확보라는 측면에서 전략적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그룹의 현 유동성, 부채구조, 차환 여력 등을 감안하면 “도박에 가까운 베팅”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드 인수가 웅진에게 ‘제2의 코웨이 사태’가 되지 않으려면 단기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자구책 마련과 더불어 구조적 재무 개선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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