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확보 아닌 회삿돈 빼돌리기” 주주 분노⸱⸱⸱사측 "정당한 거래"

코스피 상장사 솔루엠이 대표이사 가족이 소유한 부동산을 취득한 것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성호 대표이사의 지분(14.96%)이 작아 경영권 방어와 승계 작업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 탓에 이 거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기만 하다.
논란의 시작은 2024년 2월이다. 당시 솔루엠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청덕동에 위치한 한 교육연구시설을 52억원에 매입했다.
거래 상대방은 ‘나섬’이다. 전 대표의 배우자(하은숙)와 동생(전성도)이 공동대표로, 전 회장의 두 아들(동욱·세욱)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전형적인 오너 회사였다. 거래 승인을 두고 이사회 의결에서 전 회장은 표결에서 빠졌지만, 나머지 사내·사외이사 전원이 찬성했다.
그리고 4개월 뒤 나섬은 폐업 절차에 돌입, 올 7월 9일 법인 해산됐다. 솔루엠이 지불한 52억원은 회계상 ‘투자부동산’으로 분류, 건물 전체가 '기업연수원 용도'인 실제 사업 운영 목적과 달리 임대 수익용 자산처럼 처리됐다.
회계 전문가들은 “투자부동산 처분 직후 해산은 전형적인 세금 회피 시나리오”라고 지적한다.
이 거래는 사업보고서의 ‘대주주와의 거래’ 항목에조차 기재되지 않았다. 법적으로 자산총액의 5% 미만이라 주요사항 보고서를 피했지만, 공시 원칙은 명백히 위반했다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경우 ▲과징금 부과 ▲증권 발행 제한 ▲고발 및 수사기관 통보 등 처분이 가능하다.
■ 의혹의 그림자···승계 자금?
거래 시점과 전후 정황은 단순한 부동산 매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솔루엠은 당시 주력인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을 떼어내고 나머지 사업을 지주회사로 묶는 구조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었다. 전 회장의 두 아들이 각각 ESL 법인과 지주사 경영을 맡는 구도를 염두에 둔 사실상 2세 승계를 추진 중이라는 분석이 이어졌지만, 회사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헬스케어·코스메틱 인수, RCPS 발행 등 본업과 거리가 먼 행보도 이어졌다.
이에 주주들은 “나섬 거래가 사실상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터널링’(자산 빼돌리기)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 ‘90% 가격에 매입’ 해명, 설득력 있나
전 대표이사는 “직원 기숙사 확보를 위해 불가피했고, 외부 평가액의 90%로 거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왜 하필 오너 일가 건물이었는가” “왜 다른 매물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는가” “왜 특수관계자 거래 공시를 누락했는가” 등 의혹이다. 이 핵심 질문에 대한 회사 측 답변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
특히 한 주주는 “이건 기숙사 확보가 아니라 회삿돈 빼돌리기”라며 “거래 후 법인 해산이라니 감사인은 도대체 뭘 한 거냐”고 날을 세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솔루엠은 공시를 통해 ‘승계 계획·분사 계획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지만, 정황과 숫자가 말하는 이야기는 다르다”며 “명확한 해명 없이 의혹만 키운다면, ‘52억의 행방’으로 앞으로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솔루엠은 전자기기 부품 연구개발 및 제조를 영위하는 회사로, 2015년 삼성전기에서 분사, 현재 국내외 24개 계열사를 보유했다. 현재 ESL 부문 국내 1위, 글로벌 2위에 올라 있다.
다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올 2분기 누적 매출액은 액 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7790억원) 보다 소폭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237억원으로 전년 409억원 대비 반토막났다. 순이익 역시 올해 126억원으로 전년 268억에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부채비율은 2분기 기준 178.36%로 작년 말 126.25%에서 크게 악화했다.
전 대표 삼성전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부사장을 지낸 후 2014년 삼성전기로 자리를 옮겨 DM(디지털모듈) 사업부장으로 근무하다 2015년 솔루엠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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