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1조1000억 vs 1조4800억… '보이는 살림'과 '숨은 살림'
1편에서 본청 기준으로 정리했던 2024년 하남시 결산은 세입 1조3129억원, 세출 1조1584억원, 잉여 1545억원이다.
그런데 지역통합재정통계를 펼쳐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하남시(자치단체+지방공공기관 전체)의 2024년 통합 세입은 1조6943억원, 통합 세출은 1조4806억원, 잉여금은 2167억원으로 잡혀 있다.
시청 본청이 직접 집행한 1조1000억원에 도시공사·재단·기금 등을 통해 움직이는 3000억원대의 돈이 더 있다는 뜻이다.
세출 기준으로만 봐도 '보이는 살림'(자치단체 세출)' 1조1584억원, '숨은 살림(공공기관·기금 등 추가 세출)' 약 3200억원이 합쳐져 하남시가 실제로 굴리는 규모는 1조4800억원대가 된다.
1편에서 '얼마를 걷고 어디에 썼는가'를 보는 결산 총론이었다면 2편은 '시청과 도시공사·기금 재정 연결 사이에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 부채비율 1.67% vs 40%…'겉으로는 튼튼한 시, 속으로는 빚 많은 공사'
자산·부채를 따져보면, 시 재정의 이중 구조가 더 분명해진다. 지역통합재정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시 자산·부채 현황은 대략 자산 약 7조1800억원, 부채 약 12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67%다.
지방공공기관은 자산 약 6115억원, 부채 약 247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0.5%다. 통합(자치단체+공공기관)으로는 자산 약 7조7900억원, 부채 약 367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약 4.8%다. 숫자만 보면 통합 부채비율 4~5%면 아직 건전하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빚을 지고 있느냐'다.
시청만 떼어보면 그야말로 무차입 경영에 가까운 모범도시지만, 도시공사·출연기관 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자산의 40%를 빚으로 메운 구조가 나온다. 교산신도시, 각종 택지·공공임대, SOC 위탁사업 등이 모두 이 계정 안에서 돌아간다.
시의회 예산결산특위 한 의원은 결산 심사에서 "하남도시공사는 각종 개발·분양사업을 떠맡고, 시는 '부채비율 2%도 안 되는 건전 지자체'라고 홍보한다"며 "하지만 공사가 흔들리면 결국 시 재정이 뒷수습을 해야 한다. 겉으로는 튼튼한 시, 속으로는 빚 많은 공사라는 구조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2025년 통합재정수지 '–698억'…5년 연속 적자에 기금까지 바닥
2024년 결산만 보면 시는 '150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미래를 미리 들여다보는 2025년 예산 기준 재정공시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재정공시는 2025년 통합재정수지(예산 기준)을 –698억원으로 제시한다.
이는 일반회계 –406억원, 공기업특별회계 –297억원, 기타특별회계 –9억원, 기금 +14억 등을 합쳐서 698억원 적자다. 이 지표는 5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같은 자료에서 재정자립도·재정자주도 흐름을 보면, 2024년 재정자립도 47.75% → 2025년 43.21%,
2024년 재정자주도 58.33% → 2025년 53.54%로, 1년 새 각각 4~5%p 떨어졌다.
여기에 '비상금' 역할을 하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시의회 시정질문과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2022년 말 약 1623억원, 2023년 800억원 대, 2024년 말 600억원 대, 올해 현재 298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지방채 잔액은 330억원대까지 늘었다. 일부 연도에는 세입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기금에서 1000억원대를 전입하고, 2024년에는 지방채 240억원을 새로 발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요약하면, 세입·세출만 보면 '커진 살림'이지만, 통합재정수지는 5년 내내 적자, 기금은 깎아 쓰고, 부족분은 지방채로 메우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 교산·K-스타월드·SOC…개발 드라이브와 통합재정의 충돌 가능성
시는 교산신도시, K-스타월드, 도시재생, 광역교통망(SOC) 등 대규모 개발 패키지를 동시에 돌리고 있다.
교산신도시는 토지보상비·조성비·광역교통비만 합쳐도 두 자릿수 조 단위 사업으로, 하남도시공사와 LH 등이 상당 부분을 떠안고 있다.
K-스타월드 역시 대형 공연장·엔터테인먼트 시설·관광·상업시설을 포함한 초대형 프로젝트로, 도시기본계획 변경·기본구상 용역·민간사업자 공모 등 절차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도시철도(송파하남선 연장, 9호선 논의), 광역도로·환승센터, 지하차도 등 교통 SOC 사업도 한꺼번에 얹혀 있다.
사업 하나하나만 보면 '성장·자족·교통난 해소' 논리가 성립하지만, 통합재정수지 적자·기금 소진·지방채 확대·도시공사 부채 40%대라는 조건과 함께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교산과 K-스타월드는 성공하면 도시 브랜드를 바꾸겠지만, 실패하면 도시공사와 재정을 동시에 옥죄는 올가미가 될 수 있다"며 "공공택지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이 공공임대·복지·기금 확충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수조원 개발이익은 민간이 가져가고 위험은 도시가 떠안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시의회·전문가 경고 "재정진단 끊긴 도시, 위험신호 무시 말라"
시의회는 최근 예산·결산 심사에서 공통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오승철 의원은 "재정안정화기금은 1623억에서 298억까지 줄었고, 지방채는 330억까지 늘었다"며 "남은 돈과 빚진 돈만 봐도 재정이 건전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고 강성삼 의원은 "통합재정수지 적자 확대, 채무 급증, 재정자립도 하락, 순세계잉여금 급감 등 네 가지 핵심 지표가 동시에 악화됐다"며 "2019년 이후 재정진단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지방재정이 위기인지 아닌지는 단일 지표로 판단할 수 없다. 통합재정수지·채무·기금·공공기관 부채·대형 개발사업의 재무 구조를 한꺼번에 봐야 한다"며 "하남시는 지금이라도 재정진단을 재개해 개발·복지·SOC 속도를 재조정하는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출처
• 하남시 '2024회계연도 결산서',
• '2024회계연도 결산서 첨부서류(지역통합재정통계, 지방공공기관 재무현황)'
• '2025년 예산기준 재정공시(재정자립도·재정자주도·통합재정수지·기금·채무 지표)'
•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시정질문 요약(재정안정화기금·지방채·재정진단 관련)
• 교산신도시·K-스타월드·광역교통망 관련 하남시·경기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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