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지원 대신 빚 권하는 'R&D 이차보전' 1526억⸱⸱⸱기업 부채비율 상승 압박
1987억 규모 부처 간 중복 사업⸱⸱⸱행정 비효율 지속
[예결신문=김대성•김민준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금융 집행이 '상반기 67% 신속 집행'이라는 양호한 지표를 달성했으나 현장의 온도는 사뭇 다르다. 중기부가 2분기 누적 벤처투자액 5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적 성장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금이 가장 절실한 초기 창업 기업들에 대한 도달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총량 중심'의 다급함이 모험 자본으로서의 정책금융 역할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검증된 기업만 찾는 '빅딜' 쏠림과 초기 투자 소외
22일 중기부의 올 상반기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신규 벤처투자액은 5조7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벤처펀드 결성액 역시 6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민간 자본의 유입이 활발해진 양상이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뜯어보면 투자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업력 7년 초과 후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난 반면, 창업 3년 이내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정부가 상반기 예산의 신속 집행을 독려하면서 심사가 빠르고 실적 달성이 용이한 중견급 스타트업에 자금이 집중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자산 규모 30조원이 넘는 거대 정책금융이 '안전한 투자'에만 머물면서 혁신 창업 생태계의 허리인 초기 기업들이 자금 가뭄에 시달리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2조1000억원 규모의 딥테크 벤처 육성 예산조차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기존 우량 기업들의 '나눠먹기'식 배분에 그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 R&D 삭감분 메우는 '빚' 1526억
올 3월부터 본격 시행된 1526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R&D 융자(이차보전)' 사업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해당 사업은 정부 R&D 예산 삭감으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에 최대 10억원의 대출 이자를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을 '부채'로 대체한 것에 불과해 혁신 기술 개발을 위해 빚을 내야 하는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까지 대출을 신청한 기업 중 상당수가 추가 담보 요구와 낮은 보증 한도에 막혀 집행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직접 R&D 예산을 복원하는 대신 융자 위주로 진행돼 실제 국회 예산 심사 당시에도 "정부의 직접적인 R&D 지원 대신 기업들에게 대출을 권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기술보증기금이 유동화보증 5000억원을 확대하는 등 보완 장치를 마련했으나 18조원이 넘는 보증 총량에 비하면 자본성 자금의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 유사⸱중복 사업에 따른 재정 누수와 집행 불투명성
부처 간 행정 편의주의로 인한 예산 낭비도 심각하다. 올해 신설된 '스타트업 법률 지원 사업' 등 중기부의 17개 사업은 타 부처와 기능이 중복돼 약 1987억원의 재정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법적 근거가 미비하거나 사전 타당성 검토 없이 편성된 신규 사업 20건은 집행 단계에서 행정적 병목 현상을 일으키며 승인 후 실제 현금이 지급되기까지의 시간을 늦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하반기 중기부의 과제는 행정적 비효율을 걷어내는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추경 포함 30조7000억원까지 늘어난 공급 목표가 실질적인 창업 생태계의 혈맥이 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행정의 투명성이 뒷받침돼야 할 시점이다.
■ 출처
• 중소벤처기업부 2025년 상반기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2025.08)
• 국회예산정책처 2025년도 예산안 및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
• 2025년도 중소기업 R&D 융자(이차보전) 계획 공고(중기부 제2025-214호)
• 2025년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추진 시행계획 고시(중기부 제2025-31호)
• 2025년도 M&A 활성화 지원사업 공고(중기부 제2025-209호)
예결신문 / 김대성•김민준 기자 kds7@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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