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벌어진 윤석열의 무모한 내란 시도로 인해 한국 경제가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 합은 2246조원으로 계엄선포일 2390조원에서 144조원이나 급락(-5.5%)했다. 이 기간 코스피 총액은 2046조원에서 1933조원으로 113조원, 코스닥 총액은 344조원에서 313조원으로 31조원 각각 줄었다. 이 액수는 올해 대한민국 1년 예산 656조6000억원의 22%가 넘는 규모다.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은 더 큰 위험 요소다. 전날 윤석열 탄핵 표결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불안 정국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실제 해외 언론들은 한국의 전망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포브스는 “윤석열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 계엄령이 한국을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높였다”, “이기적인 계엄령 시도의 대가는 한국 5100만 국민이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과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 차이가 약 1조 달러로 벌어졌다”며 “한국이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면서 증시가 대만에 더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BoA는 “탄핵소추안 표결 불발로 9일 장이 열리면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달러-원 환율은 3일 1417.50원에서 6일 1428.00원으로, 다시 9일 1431.80원으로 올랐다. 코스피 주가는 3일 2500원이에서 9일 2360원으로 추락했다.
이에 한국 증시가 이미 ‘외톨이 증시’ 현상에 직면하는 상황에서 이번 정국 불안이 자칫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양털 깎기’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털 깎기란 국제 유대 자본이 만만한 나라에 대규모 투자를 해 주가가 상승, 즉 양털이 풍성하게 자라면 유대 자본이 그 지역에 일부러 경제위기를 일으켜 알짜배기 기업과 부동산을 마치 양털 깎듯 헐값에 쓸어 담는다는 논리다.
iM증권은 “가뜩이나 미국 경제 예외주의 현상 심화와 트럼프 2.0 리스크가 국제 자금의 달러 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시키는 분위기에서 취약한 펀더멘탈을 가진 경제와 금융시장은 양털 깎기 위험이 노출될 공산이 높았다”며 “자칫 국내 정국 불안 장기화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가 양털 깎기 대상이 될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다만 국내 외환보유액 및 단기 외채 수준을 고려하면 대외적으로 단기 유동성 리스크에 빠질 위험은 낮지만 수출이 더 이상 경기의 강한 보호막 역할을 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에서 심리적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을 최소화시켜 내수 경기를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 부양차원에서 원화 가치에 다소 부담을 줄 여지는 있지만 1월 추가 금리인하와 같은 통화완화책에 전향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고 재정 역시 확장적 기조로 선회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자금경색에 따른 위험을 막기 위해 추가 유동성 정책도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요구된다는 조언이다.
iM 증권은 “달러 기준 코스피지수는 22년 3월 시작된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 충격 당시 조정 수준까지 이미 근접했다”며 “정치는 불안하더라도 국내 경제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신인도를 회복할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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