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에 이어..
[예결신문 김용대 위원] 이마트의 저평가 배경에는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요인도 자리한다. 오너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그의 ‘도련님식 정치 행보’가 기업 이미지와 시장 신뢰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2년 ‘멸콩(滅共)’ 논란에서 최근 극우 성향 단체 후원에 이르기까지 정 회장의 이념적 발언과 정치적 행보가 브랜드 리스크와 투자자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의 정치적 메시지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22년 1월이다. 그는 자신의 SNS에 ‘#멸공’이라는 단어를 올리며 전국적 논란을 촉발했다. 북한과 중국을 비난하는 추가 게시물이 이어지자 정치권과 여론은 즉각 반응했다.
일부 보수 유튜버와 정치인은 ‘정체성을 밝힌 기업인’이라며 추켜세웠지만, 일반 소비층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스타필드·이마트·스타벅스코리아 SNS에는 항의 댓글이 쇄도했고 불매운동으로 비화했다.
이후에도 정 회장의 정치적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2023년 제1회 빌드업코리아 행사에 영상을 보내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선교사님들이 당시 보잘것없던 나라 대한민국에 오셔서 성경을 기반한 자유라는 가치를 전해주셨고 우리나라가 그 가치들을 기반으로 건국되었기에 가능했다”는 발언과 함께 후원을 했고 작년 2회 행사에서는 트럼프 주니어를 초대하기도 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핵심 인물이다.
특히 올해 미국 극우의 상징인 찰리 커크가 참석한 지난 9월 제3회 행사에서 정 회장은 스타벅스 커피와 도시락을 기부하고 공개 발언에 나섰다. 이 단체는 반젠더·강경안보 노선을 표방하며 윤석열 정부의 외곽 지지조직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여권 핵심 인사와 보수 인사들이 다수 참석한 이 행사에서 정 회장은 “기업도 국가 안보의 일원으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초청 참석이 아닌 적극적 정치 행보다.
대기업 총수가 특정 정치·이념 세력과 교집합을 형성하는 것은 기업 브랜드와 시장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신세계그룹처럼 소비재·유통업 중심 기업의 경우, 고객층의 정치적 성향과 충돌할 경우 브랜드 타격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올 7~9월 이마트 주가는 약 18%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정치적 행보가 투자자들의 멀티플 디스카운트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정치적 발언은 ESG 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ESG 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은 정치 리스크에 민감하다. 기업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면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정용진 리스크’는 지배구조 문제와 평판 리스크로 인식되며 결과적으로 주가 밸류에이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업 총수는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과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훨씬 크다. 기업이 정치 논란에 서면 투자자들은 구조적으로 저평가하기 시작한다. 한 정치학자는 “극우 성향 단체와 기업 오너가 연결되는 건 단순 발언이 아니라 실질적 정치 행위로,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경고했다.
정 회장의 정치적 행보는 더 이상 ‘도련님의 취미’로 치부하기 어렵다.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공적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 소비층의 이탈 가능성, ESG 및 해외 투자자 이탈,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이 모두 기업 리스크로 축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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