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백도현 기자] 국토교통부가 공공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핵심은 '절차 삭제'와 '토지주 압박', 그리고 '수익성 보정'이다. 정부는 어제(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단순한 규제 완화로 보이지만, 예산·결산의 관점에서 뜯어보면 LH의 재무 부담을 줄이고 착공 실적을 강제로 끌어올리려는 '고육지책'이 숨어 있다. 예결신문이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향후 재정 감사 포인트를 분석했다.
■ '330만㎡'의 의미⸱⸱⸱검증 없는 '묻지마 승인' 우려
가장 큰 변화는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승인을 동시에 처리하는 '통합심의' 대상의 확대다. 기존 100만㎡ 이하에서 330만㎡(약 100만 평) 이하로 3배 이상 늘렸다.
330만㎡는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약 631만㎡)의 절반이자, 웬만한 미니 신도시 규모다. 지금까지 대규모 택지는 교통·환경·재해 영향을 정밀하게 검토하기 위해 지구지정과 계획승인을 분리해왔다. 이를 합치겠다는 건 '설계 변경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착공 도장'을 먼저 찍겠다는 의미다.
재무적으로 이는 '양날의 검'이다. 속도를 높여 금융비용(이자)은 아낄 수 있지만, 졸속 심의로 인해 착공 후 설계 변경이 잦아질 경우 총사업비 증액으로 이어져 결국 분양가 상승이나 LH의 부채로 전가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통합심의위원회 인원을 기존보다 증원(분야별 2~5명→최대 7명 등)했지만, 물리적 검토 시간 부족을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문 안 열어주면 우선권 없다"⸱⸱⸱보상 지연 차단용 '압박 카드'
이번 개정안에는 토지 보상 과정에서의 '알박기'나 '버티기'를 원천 봉쇄하려는 강력한 조항이 신설됐다. 협의양도인 택지 공급 대상에서의 '제외 조건' 명문화다.
기존에는 땅을 협의 매도하기만 하면 추첨이나 수의계약으로 좋은 땅(이주자 택지 등)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상계획 열람 기간 중 사업시행자의 출입·측량·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계약된 기간 내에 방을 빼지 않는(인도·이전 불이행) 경우 인센티브를 박탈한다 .
이는 사업시행자(LH 등) 입장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인 '보상 지연에 따른 간접비 증가'를 막겠다는 의도다. 토지주가 현장 조사를 거부해 감정평가가 늦어지거나 돈은 받고 이사를 안 가서 철거가 지연되는 기간만큼 매일 천문학적인 이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이 조항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사업 원가 절감'을 위한 재무적 통제 장치다.
■ 공원 줄이고 아파트 더 짓는다⸱⸱⸱'사업성 구하기'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수익성을 높여주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공원·녹지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사업 면적 기준을 기존 '5만㎡ 이상'에서 '10만㎡ 이상'으로 대폭 완화했다.
이는 5만~10만㎡ 사이의 중규모 사업장에서는 돈이 안 되는 공원 대신 돈이 되는 아파트나 상가를 더 지을 수 있게 허용해준 셈이다. 여기에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경우 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을 법정 한도의 140%까지(기존 120% 등에서 상향 조정 효과) 완화해주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이는 결국 민간 사업자나 조합, 공공시행자의 이익(비례율)을 보전해주기 위해 도시의 허파(녹지)와 쾌적성을 희생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향후 사업 감사·결산 3대 체크포인트
이번 시행령 개정 이후 국회와 지자체 의회는 결산 심사 시 다음 3가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① '통합심의' 지구의 설계변경 증액률 통합심의로 절차를 단축한 사업장이 일반 사업장보다 설계변경 횟수와 총사업비 증액 규모가 더 큰지 비교해야 한다. 속도전의 대가가 '혈세 낭비(매몰비용)'로 돌아왔는지 검증하는 핵심 지표다.
② 보상 관련 소송비용 증감 '협의양도 인센티브 박탈' 조항 신설 이후, 보상 지연 이자는 줄었을지 몰라도 반발에 따른 행정소송 비용이 급증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제도 강행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 비용을 키웠을 수 있다.
③ 지자체 녹지 유지관리 예산 전가 도심복합사업에서 줄어든 공원·녹지 대신, 향후 입주민 민원으로 인해 지자체가 별도 예산을 들여 인근 녹지를 추가 조성하거나 환경 개선 사업을 벌이는지 감시해야 한다. 사업시행자가 져야 할 부담이 지자체 재정으로 떠넘겨지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 출처
•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국토교통부: 도심복합사업 시즌2·용적률 상향 정책 설명
• 기획재정부 '2024회계연도 국가결산'
예결신문 / 백도현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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