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C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졌다. 이는 단순한 등급 하향이 아니다. SKC의 전략적 방향성과 사업구조, 그리고 시장에서의 신뢰에 중대한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주는 경고다. 이차전지 분야 소재 혁신 기업으로의 도약을 외치던 SKC는 수익성 저하와 재무부담의 이중고 앞에 서 있다.
■ 실적 저하, 이중 엔진이 모두 꺼졌다
등급 하향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이익창출력의 전반적인 약화다. SKC는 한동안 화학사업 부문의 수익성 하락을 차세대 성장동력인 이차전지 소재와 반도체 소재로 보완해 왔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부터 이 균형이 무너졌다.
2022년 연결 영업이익 1862억원에서 2023년 –2137억원, 2024년 –2768억원, 올 1분기 역시 –745억원으로 줄곧 적자 신세다.
화학부문은 SM(스티렌모노머) 사업의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이차전지 소재 부문은 중국 경쟁사의 저가 공세와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반도체 소재 자회사 ISC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그 규모로는 전체 손익을 메우기에 부족하다.
■ 미래를 위한 투자, 현재의 짐이 되다
SKC는 지난 몇 년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친환경 소재, 이차전지, 반도체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투자들은 이익이 아닌 부채를 남겼다.
순차입금은 2020년 말 2조1534억원에서 올 3월 말 3조1120억원으로 1조원가량 늘었다. 부채비율은 208.1%, 차입금 의존도는 55.6%에 달한다.
수익창출은 둔화되고 현금유입은 부족한 가운데, 투자로 인한 지출은 지속됐다. 올 4월 SK넥실리스 박막 사업(950억)과 CMP Pad 사업(3410억) 매각, 6월 말 도요타통상에 말레이시아 법인 지분 10%를 매각하며 일부 현금유입이 있었으나, 이는 일시적 해소에 그친다.
■ 신용등급 하락의 실질적 파장
이번 신용등급 하향은 단순히 이자율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자본조달의 제약, 파트너십 협상력 저하, 정책자금 접근성 약화 등 실질적인 사업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올해 예상 EBITDA/매출액은 –5.8%, 내년 순차입금/EBITDA는 수치상 9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두 지표 모두 경고 수위를 넘어서고 있으며 당분간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다.
■ 이차전지 시장, 회복 아닌 구조적 위기?
이차전지 부문의 핵심인 동박사업은 한때 SKC의 자랑이었다. 말레이시아 공장의 원가경쟁력, 13만 톤 규모의 중장기 수주 계약 등 성과도 존재한다. 하지만 시장 환경이 악화되며 기대와 달리 성과는 제한적이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 전기차 정책 불확실성 ▲유럽의 탄소 규제 완화 ▲중국 업체들의 공급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 등 구조적 위기로 인해 동박 사업이 2022년 수준의 수익성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 사업포트폴리오 재정비, 체질 개선이 관건
SKC는 향후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단기적 재무 안정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개선 방안으로 ▲화학 부문에서의 고부가 제품 확대와 원가 구조 개선 ▲이차전지 부문의 말레이시아 공장 수율 개선 및 고정비 절감 ▲반도체 부문의 ISC 중심의 안정적 수익 확보 등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사업 부문인 Absolics(글라스기판), SK리비오(친환경 소재)의 조기 흑자 전환, 향후 추가 사업양도나 자산매각, 혹은 자본 확충을 추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 정체된 EBITDA, 상승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SKC의 EBITDA 마진율이 한 자릿수 혹은 마이너스로 유지될 것으로 예쌍한다. 순차입금도 2조원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핵심 모니터링 지표인 ‘순차입금/EBITDA’는 9배 수준에서 정체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회복이 느리다는 의미를 넘어, ‘저성장 고부채 구조’로의 전환 가능성을 경고하는 수치다.

업계 한 전문가는 “SKC는 단순히 일시적인 수익성 악화가 아닌,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 체질 약화와 재무 리스크가 동반된 전형적 사례”라며 “ESG, 소재 혁신, 친환경이라는 슬로건이 현실적인 수익구조와 만나지 못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위기를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제 SKC에게 필요한 것은 ‘기다리면 좋아진다’는 기대가 아니라 명확한 이익구조 재설계, 전략적 축소와 선택, 과감한 손절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