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K파트너스가 기업 인수 후 단기간 내 막대한 현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투자 전략을 또다시 반복했다. 이번엔 '지오영' 운영사인 의약품 유통업체 ‘조선혜지와이’가 그 무대다. 사모펀드의 투자 행태가 단순한 고수익 추구를 넘어 기업 생존력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 투자보다 '현금 회수' 먼저…기업은 '체력 고갈'
MBK는 2023년 6월 조선혜지와이 지분 71.6%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인수 직후인 7월, 회사는 2746억 원의 유상감자를 단행했고 MBK는 지분율에 따라 약 2000억 원을 회수해 갔다.
문제는 이 감자 조치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점이다. 2023년 말 506%였던 부채비율은 1년 만에 1600%로 세 배 이상 치솟았고, 현금성 자산은 1819억원에서 461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줄고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되면서 유동성 위기 신호가 커졌다.
이 같은 구조는 단순한 ‘주주 환원’이 아니라 MBK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기업의 내실을 급속도로 소진시킨 결과라는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 '현금 빨대' 전략⸱⸱⸱반복되는 구조적 패턴
조선혜지와이 사례는 결코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다. MBK는 이미 홈플러스, 오스템임플란트, 메디트 등 여러 인수 기업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단기 배당 또는 유동화 전략을 반복해왔다.
과거 패턴을 살펴보면,
• 메디트: 2년 연속 적자 상태에서 MBK가 소유한 법인에 900억원 배당
• 오스템임플란트: 순이익 66.5% 급감에도 892억원 배당
• 홈플러스: 부동산 매각 및 배당을 통해 수천억 회수, 재투자는 미미
이 같은 전략은 ‘투자→지분 확보→단기 수익 회수→기업 재무악화’라는 공식으로 작동하며 업계에서는 이를 ‘현금 탈수기 전략’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 이사회 장악…경영 독립성도 실종
조선혜지와이의 이사회 역시 MBK 인사들로 사실상 장악된 상태다. 창업주 조선혜 대표를 제외한 4명의 등기임원 모두 MBK 출신이며 이들 대부분은 유상감자 직전인 2023년 6월에 선임됐다.
이는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권이 실질적으로 사라진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상감자 같은 중대한 경영상 결정이 사실상 MBK 단독 의사로 진행됐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 “사모펀드 리스크, 한국 경제에 구조적 위험 될 수도”
MBK와 같은 대형 사모펀드는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약속하고 이를 빠르게 회수하기 위해 차입매수(LBO), 유상감자, 배당 등을 집중 활용한다. 문제는 그 대상이 된 기업들이 재투자 여력 없이 재무적으로 탈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수익을 위한 전략이라 해도, 기업의 유동성과 고용 안정성을 무시하는 회수 방식은 명백한 사회적 책임 회피”라며 “건실한 중견기업들이 이 방식에 희생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제도적 대응 시급…정부 방관은 도미노 부실 불러올 수도
사모펀드는 기업에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긍정적 역할도 있지만, 투자 이후의 행태에 대한 규율 장치는 미흡하다.
‘MBK식 현금 회수 모델’이 반복될 경우, 한국형 사모펀드 리스크가 중견기업 붕괴와 고용 불안정이라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후 감시 강화 및 이사회 독립성 확보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B업계 한 전문가는 "MBK의 투자 전략은 단기 수익 극대화라는 관점에선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산업 생태계 안정을 고려한다면 이는 분명히 장기적 부메랑이 될 수 있는 고위험 구조"라며 "조선혜지와이는 또 하나의 경고등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