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투(秋鬪)의 시간이 돌아왔다. 올해도 “더 달라”는 노조와 “어렵다”는 회사의 지난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하지만 최근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번 줄다리기는 어느 한쪽이 적당히 져주는 게임이 아닌 듯하다. 노조는 아예 줄을 끊을 태세다. 줄이 끊어지면 자신들도 자빠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노조의 요구는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 조건 때문이다. 현재 노조는 충남 서산 소재 지곡공장에서 1달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부품계열사 현대트랜시스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1조6940억원으로 전년 10조2362억원에서 14.2%나 늘었다. 외형은 웬만한 대기업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처참하다. 2022년 1517억원에서 작년 1170억원으로 오히려 대폭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22년 1.48%. 작년에는 1.00%에 턱걸이했다. 기간을 더 확대해 보면 ’21년 0.59%, ‘20년 0.52%, ’19년 1.99%로, 지난 5년간 2%를 넘긴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다시 말해 매출액의 2%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면 회사는 만년 적자에 놓일 수밖에 없다.
노조 측 요구 조건대로 산출하면 올해 회사는 성과급으로 약 2340억원과 기본급 인상분(근로자 수 약 4000) 약 76억원을 합쳐 총 2416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회사가 “빚을 얻어서 주란 거냐”고 반발하는 이유다.
회사는 대신 ’기본급 9만6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300%+700만원‘ ’격려금 100%+500만원‘ 등을 제시했다. 총액은 1075억원으로, 노조 측 요구액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이지만 그래도 작년 영업이익의 92%에 달한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더 나아가 현대위아, 현대제철 등 계열사 노조와 연대해 현대차그룹 본사 앞은 물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도 시위할 모양이다.
노조 측은 한술 더 떠 “이번 파업은 올해 임단협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향후 다가올 외주화, 평등한 노사 관계 쟁취 등을 위한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제시안이 나오지 않으면 강력한 총파업으로 응징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또 "최초 상여금 제안액이 2%이기에 사측과의 협의를 통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대 트랜시스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맞는 상여금과 기본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노조는 회사의 영업이익이 어느정도인지 모르는 게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노동자들이 적은 월급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전체 노동자 중 소속 외 근로자를 제외한 3948명의 평균 연봉은 1억700만원에 달했다. 모회사인 현대차 노동자들보다 겨우 1000만원 적을 뿐이다. 귀족 중의 귀족인 셈이다.
얼마나 더 가져가야 만족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2차, 3차 하청업체에서 ’영혼‘을 갈아 넣는 진짜 저임금 노동자들의 안위 또한 이들의 안중에는 없었다.
파업 여파로 현대차 코나 생산에도 지장이 생겼다. 당장 손실규모는 약 1200대, 금액으로는 약 1000억원이라고 한다. 앞으로 다른 계열사와 동반 투쟁을 벌인다면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차 생산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향후 총손실 규모는 1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입을 손해를 걱정하는 건 아니다. 현대차는 연간 수조원의 배당잔치, 아낌없는 노조 퍼주기에도 매년 최고 실적을 달성 중이다. 정의선 회장의 연봉은 82억원에 달한다. 그렇게 돈을 써도 영업이익률이 10%에 달한다. 당장 한 1000억원 손해를 본다 해도 수영장에서 물 한 바가지 떠냈을 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다른 분야도 아닌 최고의 호황인 자동차 산업에서 현대트랜시스가 이처럼 낮은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까닭에 관한 것이다.
돈이 넘쳐나는 모회사와 달리 현대트랜시스는 적자만 면해도 다행인 상황이다. 특히 현대트랜시스는 이자비용으로 작년 768억원을 지출했다. 금융이자 규모가 영업이익에 근접하는 상황으로, 이 흐름이 몇년 더 이어진다면 회사는 ’한계기업‘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현대차의 ’착취‘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나마 안정적인 현대차 계열사의 상황이 이러한데 나머지 2차, 3차 협력사의 상황은 어떨까. 이들 귀족의 반찬투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차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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