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빈손이었다. ‘삼성전자 시총의 4배’ ‘2200조원 경제 가치’ 등 화려한 수식어로 치장했던 동해 유전,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47일간의 시추 작업 끝에 6일 공식 폐기됐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추 작업은 지난 4일 마무리됐고 (시추를 진행한)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 5일 부산항을 떠났다”며 “현재까지의 시추 결과를 말하자면 가스 징후가 일부 있는 걸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대왕고래에 있던 가스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수도 있고, 아예 대왕고래에는 처음부터 가스가 없었을 수도 있다”며 “추가적인 탐사시추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산자부는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여야 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포항 앞바다 6-1광구와 8광구를 아우르는 지역 수심 2km에 석유 가스전을 찾는 탐사 사업이었다.
하지만 해당 광구는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인 우드사이드가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무려 1억3870만 달러(약 1896억원)를 투자해 샅샅이 뒤졌던 곳이다. 여기에 우드사이드 공동사업자인 석유공사의 1억1920만 달러(1629억원)를 포함하면 양사가 쏱아부은 자금은 2억5789만 달러(352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우드사이드는 “가능성이 없다”며 철수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지난 2023년 초 무척 생소한 ‘액트지오’라는 미국 1인 회사에 약 129만 달러(18억원)을 지불하며 탐사 용역을 맡겼다. 당시 국내에서는 이를 두고 모종의 검은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밀어붙였다.
결국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느닷없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막대한 양의 자원이 묻혀 있다”며 시추 계획을 알렸다. 총선에서 참패한 지 두달 만이다. 보통 이런 사안 발표는 산자부가 하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이례적으로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이에 ‘총선 참패 국면 전환용’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이런 의구심은 사실로 증명됐다. 오늘 산자부가 발표 과정에서 당시 “생각하지 못했던 정무적 개입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것.
당시는 총선 참패에 따른 윤 대통령 책임론에 더해 채상병 사건과 관련한 ‘VIP 격노설’이 온통 나라를 어지럽게 하던 시기였다.
이번 탐사 실패는 누구나 예상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적을 외면했고 시추공 탐사에 소요된 1000억원은 온전히 국민 부담으로 남게 됐다.
석유공사 전 고위 임원은 이번 일을 두고 “단순한 시추 실패가 아니라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관련자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액트지오-석유공사 커넥션 의혹
특히 액트지오와의 ‘검은 거래’를 파헤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액트지오 소유주인 비트로 아브레우와 동해 프로젝트 해외 검증단, 한국석유공사 관계자의 삼각 연결고리가 그것이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사업개발처 동해탐사팀장 A씨 등 석유공사 관계자 2명은 2022년 11월 20~27일 ‘동해 분지종합기술평가 시행을 위한 용역사들과 협의’ 출장 당시 아브레우의 자택을 방문했다. 또 2023년 2월 대왕고래 공식 입찰 전 석유공사 관계자들이 아브레우 자택을 방문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A씨는 과거 다수의 국제 학술회에서 아브레우와 인연을 맺었으며 SNS에 ‘친구 등록’도 된 사이로 알려졌다. 또 아브레우 고문과 해외 검증단 소속 교수는 과거 논문을 함께 쓴 막역한 사이이며 이 검증단 교수는 A씨의 스승이기도 했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2022년 해외출장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액트지오와 공사가 주고받은 공문과 이메일, 의뢰서 등과 평가 결과 사본 등 일체, 해외 자문단 구성과 자문 현황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석유공사와 액트지오 간 카르텔 의심이 의혹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진실 규명에 적극 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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