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뉴스=백도현 기자] 전북 전주 최대 이슈인 구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사업에 수천억원을 빌려준 대주단이 시행사인 ‘자광’에 기한이익상실(EOD, event of default), 즉 대출 전액 상환을 요구하면서다.
21일 YTN 보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대주단은 지난 14일 자광에 대출액 3700억여원 상환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최장 두달의 기한을 줬는데 현재 자광은 대주단에 정상화 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은 2017년 자광이 대한방직으로부터 21만6464㎡(약 6만5000평) 규모의 부지를 1980억원에 매매계약하면서 시작됐다. 자광은 이곳에 높이 470m, 153층 규모의 랜드마크 타워를 비롯해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짓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총사업비는 6조2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자광은 자본금 3억원에 불과한 이른바 ‘듣보’ 회사로 타워 건축비는커녕 부지 매입 자금도 없었다. 모든 키는 롯데건설이 쥐고 있었다.
자광은 롯데건설의 지급보증으로 발행한 단기유동화회사채(ABSTB) 240억원, 특수관계사 2곳에서 50억원 등 290억원을 마련했다. 자광은 이 돈으로 해당 부지 계약금 198억원을 지불하고 나머지 자금은 전북일보 주식 45억원, 전북일보사 사주가 운영 중인 우석대학교의 학생수련원 매입에 30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이에 더해 롯데건설은 대한방직 부지 잔금 1782억원에 대해서도 보증을 섰다.
더 나아가 자광은 이듬해인 2018년 잔금 납부 시기가 되자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 45곳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부동산 PF 1450억원 ▲롯데건설 보증 단기유동화기업어음(ABCP) 880억원 ▲특수관계사 4곳 대출 76억원 등 총 2407억원을 추가로 마련했다.
이런 가운데 사업이 수년간 지연되면서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추가 대출을 감행, 지난해 기준 자광의 총부채는 3744억원으로 불었다.
사업이 지연된 이유는 땅의 용도 때문이었다. 당시 해당 부지는 일반공업지역으로, 상업지 용도로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이에 전주지역 시민단체는 이 사업 자체가 롯데건설이 애초부터 부지 용도변경을 통한 천문학적 시세차익에 목적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주시민회 이문옥 사무국장은 “153층 타워는 천문학적인 땅값 차액을 노린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지역사회에 ‘롯데’라는 이미지가 워낙 좋지 않아 대리인으로 자광을 내세웠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자광과 그 뒤에서 땅 살 돈의 보증을 선 시공사 롯데건설의 노림수는 불 보듯 뻔하다. 일반공업지역이기 때문에 개발이 불가능한 6만5000평 규모의 대한방직 부지를 싸게 매입하고 초고층 153타워를 내세워 지역사회를 현혹한 후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을 도모하여 천문학적 땅값 시세 차익을 거두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롯데건설은 대주단과의 보증 약정대로 자광에 약 1000억원을 빌려준 IBK투자증권에 채무를 모두 상환한 상태다. 이른바 발빼기 수순이다. 하지만 손해를 안고 발을 빼는 건 아니다.
이 사무국장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롯데건설은 자광이 소유한 세종시 골프장에 우선 수익권 2000억원 정도를 설정하고 있다”고 했다. 수익권으로 상환액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역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건 공장용지가 상업용지로 바뀌는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이다. 지역단체는 “대규모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그 과정에서 특정 세력과 공무원이 결탁해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먹튀’하는 게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해당 사업의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자광의 재무 상태가 최악인 상태인 데다 어떤 금융기관도 지어지지도 않은 타워나 상업시설을 담보로 대출을 해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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