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점유율 70%' 독주 영향⸱⸱⸱엔비디아 공급망 선점, 차세대 패키징 기술력 핵심 동력
삼성, 10나노급 초미세 공정 한계, 수율 난조에 '발목'⸱⸱⸱2분기 격차 더 벌어지나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절대 권력'이었던 삼성전자의 33년 DRAM 독주 체제가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지각변동을 맞았다. 1992년 세계 시장 왕좌에 오른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올 1분기 SK하이닉스에 점유율 선두를 허용, 반도체 역사를 새로 쓴 것. 이는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가치가 범용 제품의 물량 공세에서 AI 맞춤형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다.
■ HBM 시장에 무너진 33년 독주 체제
14일 홍콩의 IT 전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글로벌 DRAM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점유율 36%를 기록하며 삼성전자(34%)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공신력 있는 시장조사업체 집계에서 DRAM 부문 1위를 수성하지 못한 것은 1992년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왕좌에 오른 이후 처음이다.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25%의 점유율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이번 순위 역전의 결정적 한 방은 단연 고대역폭 메모리(HBM)였다. 과거 DRAM 시장이 PC와 스마트폰 등 범용 제품의 '물량 공세'와 '원가 경쟁력'으로 승부하던 시대였다면, 현재는 고성능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이 전체 시장의 수익성과 주도권을 결정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HBM 시장에서 약 70%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혔다. 특히 'AI 황제'로 불리는 엔비디아에 HBM3E 모듈 주문의 대부분을 독점 공급하며 실적과 상징성을 모두 챙겼다는 분석이다.
■ HBM 패키징 기술력이 가른 승패⸱⸱⸱MR-MUF vs TC-NCF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선전 요인으로 '선제적인 기술 투자'와 '패키징 혁신'을 꼽는다. SK하이닉스는 HBM 적층 시 칩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공정에서 'MR-MUF(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 기술을 도입해 방열 성능과 생산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기존의 'TC-NCF(열압착 비전도성 필름)' 방식을 고수하다가 12단 이상의 고적층 HBM 공정에서 발열 조절과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엔비디아의 까다로운 품질 테스트(PRQ) 통과가 지연됐다.
카운터포인트는 "SK하이닉스는 새로운 AI와 서버 기술의 핵심이 되는 HBM 부문의 성공에 힘입어 삼성전자를 앞질렀다"며 "단순히 먼저 시작한 것을 넘어 엔비디아라는 강력한 파트너와 함께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가 범용 DRAM의 수익성에 안주하며 기술 변곡점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라는 새로운 영토를 완벽히 선점한 셈이다.
■ 10나노급 공정 열세와 초격차 상실 위기
삼성전자의 위기는 비단 HBM뿐만이 아니다. 범용 DRAM의 근간이 되는 10나노급(1a, 1b) 미세 공정에서도 수율 난조와 성능 저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6세대 10나노급(1c) DRAM 개발에서도 SK하이닉스에 밀린다고 평가한다. '초격차'를 핵심 가치로 내걸었던 삼성전자가 이제는 오히려 '추격자' 입장에 선 것이다.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는 1위 탈환을 위해 내년 초 HBM4 칩 양산을 공식화하고 조직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아직 냉정하다. 차세대 공정 경쟁력에서도 혁신적인 돌파구가 없다면, 이미 벌어진 HBM 주도권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하이닉스의 선두 유지는 철저한 준비의 결과"라며 "삼성전자는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 경영에서 벗어나 파괴적인 R&D 혁신을 보여줘야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저작권자ⓒ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