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평가 결과 미흡 사업, 예산 편성 시 환류율 87.4% 달성
제외 요청 사업 3년 주기 제한 등 대상 사업 관리 체계 고도화 추진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정부가 성인지 예·결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성과평가 결과를 실제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환류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부적절하거나 성평등 기여도가 낮은 사업의 포함을 막기 위해 제외 요청 사업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하고 개편된 국가성평등지수와 연계한 새로운 분류 체계를 도입해 제도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성과평가와 예산 편성의 유기적 연계 및 환류 실적
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성인지 예산서 작성 시 '2024년 성인지 성과평가' 결과가 예산 편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한 내역 사업 총 309개 중 성과평가 대상이었던 230개 사업을 분석한 결과 87.4%에 해당하는 201개 사업이 평가 결과를 예산서에 반영했다. 특히 기금 사업의 경우 평가 대상 62개 사업 전량(100%)이 환류 사항을 작성해 높은 이행률을 보였다.
평가 등급별 환류 현황을 보면 '미흡' 등급을 받은 사업들에 대한 집중 관리가 이루어졌다. 미흡 사업 총 43개 중 83.7%인 36개 사업이 성과지표를 수정하거나 사업 내용을 조정하는 등 제도 개선 조치를 이행했다.
이는 평가 결과가 실질적인 사업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여전히 12.6%의 사업은 성과 평가 결과를 반영하지 않아 이에 대한 추가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가성평등지수 중심의 체계 개편 및 대상 사업 적절성 제고
올해 성인지 예산서부터는 기존의 분류 체계에서 벗어나 개편된 국가성평등지수의 8대 영역(의사결정, 고용, 소득, 교육, 건강, 돌봄, 양성평등의식, 여성폭력)이 전면 적용됐다. 이는 국가 성평등 목표와 정부의 재정 투입 간의 논리적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영역별 분류에 따르면 여성 폭력 영역이 별도 영역으로 분리 구성돼 관련 사업의 가독성이 높아졌다.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부적절 사업'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2026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23개 부처는 85개 사업(내역 사업 기준)에 대해 성인지 예산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문평가위원회의 검토 결과, 요청 사업 중 71개는 적절성 등을 인정받아 제외됐으나 외교부의 '에티오피아(ODA)' 사업이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산업 생태계 조성' 사업 등 14개 사업은 성인지적 관점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판단돼 제외 요청이 수용되지 않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제외 요청 사업의 신청 주기를 3년으로 제한하고 예산 규모나 사업 내용의 변동이 있는 경우에만 중복 요청을 허용하는 등 대상 사업 선정의 객관성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와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개선 과제
성인지 예·결산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적·제도적 개선안도 구체화됐다. 현재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는 '예산기금 세출 요구안 총괄표'에는 해당 사업이 성인지 예산 사업인지 여부가 별도로 명시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예산 편성 및 국회 심의 과정에서 해당 사업의 성인지적 성격이 간과될 우려가 있다. 이에 연구원은 총괄표의 특이 사항란에 '성인지 예산'임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규정 신설을 건의했다.
작성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 체계도 확충된다. 설문조사 결과, 담당자들은 성과지표 설정과 성별 분리 통계 확보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예산 회계 시스템(dBrain+)에 국가 성평등 지수 영역을 자동 선택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하고 2010회계연도부터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성인지 결산 우수 사례집'을 발간해 부처 간 벤치마킹을 유도할 방침이다.
향후 과제: 예산 편성 지침의 법적 구속력과 사후 관리
성인지 예산 제도가 실질적인 국가 자원 배분의 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역할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 연구진은 기획재정부가 '국가 양성평등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선별해 대상 사업에 직접 포함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2025년도 제1회 및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서 성인지 예산이 각각 5910억원, 2426억원 증액 편성된 사례에서 보듯, 추경 사업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의 점검도 정례화돼야 한다고도 했다. 소상공인 지원이나 취약계층 지원 등 추경의 주요 목적 사업들이 실제 집행 과정에서 성별 격차를 완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후 평가 체계 마련이 향후 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연구원은 "성인지 예산 제도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성과평가 결과가 차년도 예산 편성에 환류되는 체계가 정착되어야 한다"며 "2026년도 예산안에서 확인된 높은 환류율은 제도의 실효성 확보 측면에서 고무적인 성과이며, 향후 제외 사업 관리의 엄격성을 더해 대상 사업 선정의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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