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차입금 22조 돌파, 현금창출력 상회하는 공격적 CAPEX가 재무안정성 발목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등 자구안 실효성 확보 시급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LG화학의 신용도가 10년 만에 경고등이 켜졌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전기차 수요 둔화(Chasm)라는 이중고 속에,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발목을 잡은 모습이다.
한국신용평가는 LG화학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격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AA+'를 유지했으나, 이는 향후 6개월에서 1년 내 재무 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등급 자체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의 파고…흔들리는 사업 포트폴리오
30일 한신평과 LG화학 실적 자료에 따르면 LG화학의 수익성 지표는 최근 몇 년간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21년 5조264억원에 달했던 연결 영업이익은 작년 1조1809억원으로 급감하며 기초 체력이 약화됐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석유화학, 전지(LG에너지솔루션), 첨단소재 등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던 주력 사업 부문이 일제히 분기 영업적자로 전환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과 자급률 상승에 따른 수급 악화로 인해 2023년부터 적자 기조가 고착화됐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업스트림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을 하회하고 있으며 고부가 제품(HPM, ABS) 역시 전방 수요 부진으로 부진을 상쇄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원료 조달 비용 상승은 연간 수익성 하방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또한 녹록지 않다. 북미 시장의 친환경 정책 후퇴 조짐과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로 인해 설비 가동률이 저하됐다. 첨단소재 부문 역시 전방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양극재 출하량 감소로 인해 수익성이 과거 대비 크게 위축됐다.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가 오히려 전방위적인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으며 과거의 수익 방어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입금 22조 시대 진입, 벌어들인 돈보다 더 큰 투자 지출
재무안정성 지표의 급격한 저하는 이번 등급전망 하향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LG화학은 미래 성장을 위해 전지 소재 및 첨단소재 부문의 설비 확장, 생명과학 부문 M&A 등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투자지출(CAPEX)이 회사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력을 크게 상회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1년 말 11조원 수준이었던 연결 순차입금은 작년 말 22조5879억원으로 두 배 이상 팽창했다. 총차입금 역시 같은 기간 14조7657억원에서 33조8120억원으로 급증하며 재무 부담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이로 인해 '총차입금/EBITDA'는 2021년 1.8배에서 작년 5.1배까지 치솟으며 등급 하향 검토 조건인 '3배 초과'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중단기적으로 수익성 부진과 등급 수준 대비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 CAPEX는 영업창출현금을 상회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등급 수준 대비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업현금창출력 약화와 차입금 증가가 맞물리며 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 114.5%, 차입금의존도는 33.5%로 악화됐다. 특히 2조원 규모의 유무형자산 손상차손 인식은 기초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재무 지표에 추가적인 타격을 줬다.
자산 유동화와 사업재편의 시험대…'AA+' 사수 위한 자구책 집중
한신평은 향후 LG화학의 등급 향방을 결정할 핵심 요소로 자구안의 이행 성과를 꼽았다. 회사는 현재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수처리 사업 및 에스테틱 사업 양도 등 전방위적인 자산 유동화 계획을 실행 중이다.
특히 오는 2030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을 현 79%에서 70%까지 단계적으로 낮춰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무 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연간 8조원 내외로 예상되는 CAPEX 규모가 영업활동현금흐름(연간 6조원 내외)을 여전히 웃돌고 있어서다. 혼다 합작법인(L-H Battery Company)의 유형자산 매각 등을 통해 올해 말 순차입금 규모는 일시적으로 축소될 수 있으나, 본격적인 재무 건전성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시장은 석유화학 부문의 가동률 회복 시점과 여수·대산 사업장의 사업재편 진행 경과를 예의주시할 예정이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공장 가동 효율성과 AMPC(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 수혜 규모가 수익성 반등의 트리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추가적인 비핵심 사업 정리와 지분 매각이 계획대로 이행돼 '총차입금/EBITDA' 지표를 3배 이하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LG화학의 신용 등급 운명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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