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여파로 소비자물가 3.1% 급등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및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 조정 압력 확대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최근 우리 경제는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물류 공급망 불안과 경기 하방 위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한 수출과 설비투자 확대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26년 6월 KDI 경제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이 이끄는 수출 호조와 관련 설비투자의 강력한 증가세가 국내 경기 전반의 급격한 추락을 방어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으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조정 신호가 가시화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 역시 점차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반도체·AI 수요가 견인한 수출 전선, 대외 공급망 불안 속 무역흑자 지속
인공지능(AI) 관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국내 제조업과 수출 전선에 강력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5월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라는 폭발적인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일평균 수출 금액 기준으로도 60.7% 급증했다.
특히 AI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182.5%)와 컴퓨터(309.8%) 품목이 기록적인 수출 신장세를 지속하며 전체 무역 수지를 견인했다. 지역별로는 미국(66.9%)과 중국(89.7%)으로의 일평균 수출이 반도체 수요를 바탕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중동 지역(-3.2%)은 물류 차질과 분쟁 심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의 명암이 엇갈렸다.
이 같은 수출 호황은 국내 설비투자 확대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4월 설비투자지수는 8.1%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으며 선행지표인 5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이 54.9% 급증하는 등 반도체 호황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설비 도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이 수입 증가율(20.8%)을 크게 상회하면서 무역수지는 269.5억 달러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 대외 건전성을 유지하는 기반이 됐다.
고유가 직격탄 맞은 실물경제…소비자물가 3.1% 돌파하며 긴축 압박
수출 중심의 외형적 성장세와 달리 국내 민생 경제와 직결된 물가 지표는 비상등이 켜졌다. 중동 분쟁에 따른 원유 도입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두바이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2.6%)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된 3.1%를 기록했다. 고유가 지속으로 석유류 가격이 24.2% 폭등하며 전체 상품물가(3.5%) 상승을 주도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역시 전월(2.2%)보다 상승폭을 키운 2.5%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 항공료 등 국제 유가 변동에 민감한 서비스 품목의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며 근원물가 상승을 견인했고 한국은행 설문조사 기준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2.8%의 높은 수준에 머물러 물가 불안 심리가 고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KDI는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됨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반영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5월 말 기준 3.73%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시장 금리의 상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고용 시장 양극화…건설 부진 심화 속 서비스업 취업자 급감
대외 리스크는 국내 내수와 노동시장 구조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소비 측면에서는 4월 소매판매액지수(1.6%)가 전월의 기저효과로 완만한 개선세에 그쳤으며 내구재(1.6%)와 비내구재(0.5%)의 증가폭이 일제히 축소됐다.
다만 5월 소비자심리지수(106.1)가 큰 폭으로 반등하고 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등의 정책 효과가 상방 요인으로 대기 중이나, 고물가에 따른 실질 구매력 저하가 지속적인 제약 요인이다.
가장 취약한 고리는 건설투자와 노동시장이다. 건설기성은 건축과 토목 부문이 동반 침체하며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해 장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 비용을 반영하는 건설기성 디플레이터가 4.6%까지 가파르게 상승해 향후 건설사들의 착공 지연과 공기 장기화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동시장 역시 유가 상승과 내수 둔화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4월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월 20.6만명에서 7.4만명으로 급격히 축소됐는데, 감소세의 대부분이 서비스업(33.2만명→ 21.4만명)에 집중됐다.
특히 운수 및 창고업(1.8만명), 도소매업(-9.2만명), 숙박 및 음식점업(-4.8만명) 등 고유가와 인건비 부담에 취약한 업종의 임시직 고용이 크게 축소됐다. 연령별로는 20대 고용률이 서비스업 취업자 감소폭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p 하락하며 고용 한파가 청년층에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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