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노동법 위반 논란 속 타밀나두 주정부 개입⸱⸱⸱글로벌 ESG 리스크 부상
[예결신문=신세린 기자]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산 기지인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 공장이 다시 한번 거센 노사 분규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노조 인정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보름 넘게 이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추진해 온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전략이 글로벌 리스크 관리의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현지 노동법 준수 여부와 노동권 탄압 논란이 불거지며 향후 우리 기업들의 인도 시장 진출 및 투자 예산 집행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도 커지고 있다.
■ '정직자 복직' 요구로 시작된 보름간 파업…갈등의 도화선은?
21일 인도 현지 언론과 산업계에 따르면 첸나이 인근 스리페룸부두르 소재 삼성전자 공장 노동조합원 500여명은 이달 5일부터 보름째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달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 3명의 복직 요구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전날 파업 근로자들이 공장 운영을 고의로 방해하고 있다며 타밀나두 주정부에 행정적 해결을 공식 요청했다. 삼성 측은 "직장 내 산업 안정과 평화를 방해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 절대 관용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반 근로자에 대한 적법 절차에 따른 징계와 무관용 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다.
■ '무노조 경영' 관행 vs '인도 현지법' 충돌
이번 사태의 뿌리는 삼성전자의 해묵은 과제인 '노조 인정' 문제에 있다. 첸나이 공장 노동자들은 작년 9월에도 인도 노동조합(SIWU)을 공식 인정해달라며 37일간 대규모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전체 근로자 1800여명 중 1000명이 참여할 만큼 결집력이 강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SIWU를 인정하는 대신 사내 조직인 '근로자 위원회(Workmen's Committee)'를 앞세워 대화 창구를 단일화하려 했다는 점이다. 노조 측은 이를 '어용노조를 통한 회유'라고 비판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도 현지법상 '조합 설립 신청 후 45일 이내 인정' 규정을 삼성전자가 90일 넘게 지키지 않았다는 점과 법정 예고 기간을 준수한 합법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 타밀나두 주정부의 딜레마와 경제적 파급효과
인도 타밀나두 주정부는 삼성전자라는 거대 투자 기업의 유치와 현지 노동자 보호라는 두 가지 과제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작년 파업 당시 주정부는 노조원 100여명을 체포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으나, 노동계의 연대 투쟁이 확산되자 결국 중재에 나선 바 있다.
지자체와 정부 차원에서는 글로벌 대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인센티브와 인프라 예산을 투입한다. 그러나 이처럼 반복되는 노사 갈등은 해당 지역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투입된 예산 대비 경제적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공장 철수'라는 카드로 주정부를 압박하기보다 현지 법규를 준수하는 유연한 노사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실질적인 비용 절감의 길이라고 조언한다.
■ ESG 경영 시대, '노동 리스크'가 기업 가치 결정한다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는 이제 기업의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노동권 보호 등 ESG 평판을 중시한다.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서 겪고 있는 진통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노동 문화를 현지에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는 "인도는 단일 국가처럼 보이지만 주마다 노동법과 규제가 판이한 복잡한 시장"이라며 "삼성전자가 겪는 진통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글로벌 표준과 인도의 강력한 노동권 보호 문화가 충돌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포스트 차이나'로서 인도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 주정부와의 긴밀한 예산 협력은 물론, 현지 법규를 상회하는 상생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직면한 첸나이 공장의 위기는 '효율적인 자본 투입'만큼이나 '안정적인 노사 거버넌스'가 기업의 핵심 자산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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