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행정 예산 줄삭감⸱⸱⸱100억 빚내 '명품거리' 조성에도 동네 복지는 외면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부천시가 세수 부족에 따른 '초긴축 재정'을 선언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그 고통 분담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의 삶을 보살피는 행정복지센터의 소액 민생 예산은 가차 없이 삭감된 반면, 예산 심의권을 가진 시의회의 예산은 일반회계 평균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액됐다.
더욱이 시가 100억원에 육박하는 지방채를 내어 대형 토목 공사를 강행하는 것과 맞물려 시 예산 배분 우선순위가 '민생'이 아닌 '치적'과 '기득권'에 쏠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시의회: 긴축 한파 비껴간 '그들만의 리그'
25일 시 세출 예산 사업명세서에 따르면 의회사무국 총예산은 32억5273만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작년 예산(30억4058만원) 대비 2억1215만원, 비율로는 약 6.9% 증가한 규모다. 시 전체 일반회계 예산의 당초 증가율이 0.54%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의회 예산은 시 전체 평균보다 13배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증액된 내역을 뜯어보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의회운영 선진화' 정책 예산이 전년 대비 2억1906만원 늘었는데, 그중 핵심은 '활기찬 의회 분위기 조성' 사업이다. 이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1억2110만원이나 증액돼 총 21억3083만원이 배정됐다. 세부적으로는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일반운영비(사무관리비)가 3362만원 늘어 1억3160만원이 됐다.
사무관리비는 주로 공청회, 세미나, 의안 보고서 등 자료 제작이나 행사 지원 등에 쓰이는 비용이다. 물론 활발한 의정 활동을 위해 필요한 예산일 수 있다. 하지만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시민들은 고통받고, 시 집행부는 예산이 없어 마른 수건을 짜내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활기찬 분위기'를 위해 세금을 더 쓰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민의 혈세를 감시하겠다"던 시의회가 정작 자신들의 예산은 '성역'으로 남겨둔 채 몸집을 불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 동네 예산: '마을 청소' 밥값까지 깎았다
의회의 풍요로움과 대조적으로 민생의 최일선인 행정복지센터의 곳간은 텅 비어가고 있다. 오정구 신흥동의 2025년 예산안은 처참한 수준이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마을을 가꾸는 '깨끗하고 쾌적한 마을환경 조성' 사업 예산이 줄줄이 깎였다.
구체적으로 '참여복지 실현(신흥동)' 예산은 112만원으로, 전년(200만원) 대비 44%(88만원) 삭감됐고 '지역사회 복지사업 활성화(신흥동)' 예산 역시 동일하게 88만원이 깎여 112만원에 그쳤다. 금액 자체는 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상징성과 체감도는 결코 작지 않다.
이 예산들은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돕거나 소소한 마을 행사를 치르는 데 쓰이는 소중한 '종잣돈'이다. 이를 반토막 냈다는 것은 사실상 주민 주도의 마을 복지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 큰 문제는 '청결한 마을환경 조성' 단위 사업에 포함된 '생활환경정비 참여자 급식비'다.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참여자들의 밥값 예산인 54만원만 덩그러니 남았다. 어려운 재정 여건을 이유로 자원봉사 성격의 활동비나 실비 지원을 줄이는 것은, 지역 사회를 지탱하는 공동체 의식을 허무는 근시안적인 행정이라는 비판이다.
'맞춤형 복지 운영' 사무관리비 역시 40만원으로 동결됐으나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지원 여력은 줄어든 셈이다. 100만원 단위의 소액 예산까지 삭감하며 긴축을 강요하는 시가 수억 원씩 늘어난 의회 예산에는 왜 관대했는지 시민들은 묻고 있다.
■ 98억 빚으로 짓는 '명품거리'의 역설
동네 예산은 깎으면서 시는 대형 토목 사업에는 과감하게 빚을 냈다. 2025년도 예산안 사업명세서에 따르면, 시는 '부천로 명품거리 조성사업'과 '신흥고가교 개선사업'을 위해 각각 49억원씩, 총 98억원의 지방채(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도시 기반 시설 정비 차원에서 필요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재정 위기 상황에서 굳이 빚까지 내어가며 추진해야 할 시급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신흥고가교 사업의 경우, 멀쩡한 고가를 철거하거나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데 수십억 원을 쏟아부어야 하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복지 예산은 몇십만 원 단위까지 깎으면서 수십억 원짜리 토목 공사는 빚을 내서라도 강행하는 것이 부천시가 말하는 '민생 예산'이냐"며 강하게 성토했다. 빚을 내서라도 지역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논리라면, 그 돈은 대규모 토목 공사가 아니라 골목 상권과 취약 계층에게 직접 흘러가는 곳에 쓰여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2025년 부천시 예산은 '공정'과 '형평성'을 잃었다"며 "고통 분담의 원칙은 힘없는 동네 주민들에게만 전가되었고, 시의회와 집행부의 역점 사업은 긴축의 칼날을 피해 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예산은 시민을 향한 지자체의 의지 표현"이라며 "시의회는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증액된 예산을 자진 삭감하고, 불요불급한 토목 공사 예산을 재조정하여 민생 현장의 뚫린 구멍을 메우는 결단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간단 요약
• 부천시의회 2025년 예산, 긴축 기조에도 전년 대비 약 7% 증액되며 '나 홀로 호황'
• 반면 일선 행정복지센터 주민 밀착형 복지 예산은 40% 이상 삭감
• 재정난에도 '명품거리' 조성 등에 98억 지방채 발행
■ 출처
• 2025년도 세출예산사업명세서(의회사무국, 오정구 신흥동)
• 2025년도 본예산 세입예산사업명세서(지방채, 차입금)
[저작권자ⓒ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