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금융이 ‘만 70세 퇴임’ 룰을 바꿔 함영주 회장의 임기를 보장,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 사항을 공시하며 회장 재임 중 만 70세를 넘겨도 임기를 채울 수 있게 했다.
개정된 공시는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 임기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다. 기존에는 ‘만 70세가 되는 해당일 이후’였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은 남은 임기를 보장받게 됐다.
특히 하나금융은 지난 2011년 2월 금융권 최초로 이사 임기를 만 70세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이에 김정태 전 회장은 2012년 3월 2대 회장직에 오른 이후 2015년, 2018년, 2021년까지 4연임에 성공하고도 마지막 임기 때는 1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특히 이번 개정은 함 회장 맞춤형이라는 점에서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 중 만 70세 룰이 유지되는 회사는 신한금융뿐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 회장은 1956년생으로 올해 68세다. 하나금융 회장 임기는 3년이다. 기존 규범에 따르면 현재 만 68세인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연임하더라도 만 70세 이후 첫 주총이 열리는 2027년 3월까지 2년만 재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연임 시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다 마칠 수 있게 됐다.
함 회장은 5대 금융지주 가장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8억22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0억9600만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8억7700만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7억1200만원에 불과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5억원 미만이다.
이번 개정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만 70세 재임 연령 기준은 유지하되 주주총회 결의 등으로 부여한 이사의 임기를 보장해 사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개정이 특정인물을 고려하기보다는 이사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사업 진행이나 수익구조 강화 등 경영전략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능수능란하고 내부 체계에 익숙한 경영자의 능력이 요구되는 일이 많아 책무를 완수하는 기간을 충분히 준다는 점에서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조직의 고착화, 장기집권체제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만 70세’ 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류다. 하나금융이 금융권 최초로 나이제한을 둔 건 이른바 ‘신한사태’로 불리는 신한금융의 내부 갈등이 계기가 됐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신한사태는 2010년에 신한금융그룹에서 벌어진 경영진 간 다툼으로 인한 내분 사태다. 당시 신한금융 라응찬 회장의 지시를 받은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신 전 사장은 신한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재판을 이어왔다.
이후 2019년 10월 신한금융지주는 신 전 사장에게 7년간 지급을 보류한 25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주기로 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신 전 사장과 신한은행이 손배소 조정기일에서 화해 합의했다. 양측은 사태 후 14년 만 "부끄러운 과거사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에서는 이번 하나금융의 규범 변경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그동안 강조해 온 지배구조 선진화, 경영승계 절차 진행의 합리성 등을 기준으로 이를 들여다 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감원은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CEO 선임과 경영승계 절차 개선 등 핵심 원칙 30개를 담은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주 회장들은 모두 연임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한편, 함 회장은 2018년 6월 이른바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돼 1심 무죄에 이어 지난해 11월 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함 회장은 2015년 채용 관련 합숙 면접에서 자신이 잘 봐주라고 했던 지원자들이 통과하지 못한 경우 이들을 합격시키라고 인사부에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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