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글로벌 시장은 이달 20일 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지난해 말 벌어졌던 극단적인 양극화는 잦아들 전망이다.
2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5일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2.3% 오른 반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주식시장은 4.2% 내렸다. 국내 주식시장은 6.4%나 빠졌다. 미국 우선주의를 반영하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약 두달간 진행된 영향이다. 11월 5일 63.8%였던 미국 주식 비중은 12월 30일 65.7%까지 확대됐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건 트럼프 1기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23일 취임한 이튿날 TPP 탈퇴 행정명령을, 같은달 26일엔 미국-멕시코 간 장벽 건설 행정명령에 각각 서명했다. 12월 20일엔 감세안이 의회를 통과했고 취임 후 1년 동안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협상했으나 더디다고 판단되자 2018년 3월 23일에 중국에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공약 이행률이 높을 뿐 아니라 이행 속도도 빠르다는 점에서 금융시장도 그의 재집권 시 예상되는 영향을 재빨리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2기에 일곱 가지 공약을 제시했는데, 그중 인플레 종식, 세금 감면, 보편적 관세,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기후규제 완화 등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가운데 보편적 관세 부과와 기후규제 완화 등은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어서 주식시장도 곧바로 반응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글로벌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과도했다는 분석이다.
2023년 한해 미국 기업들은 1854조달러의 순익을 벌어들였다. 이는 MSCI AC World 전체 기업들의 순익 4520조달러의 41.0%에 해당한다. 2023년말 미국 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이익 비중보다 20.3%p나 큰 61.3%였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이전인 2016년엔 시총 비중 53.2%, 순익 비중 37.9%였다. 2016년 대비 2023년 순익은 미국 기업들이 100% 증가했고 다른 나라 기업들은 76% 늘었다.
주목할 점은 미국 외 기업들의 순익도 함께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시가총액도 168% 증가했다.
■ 2018년이 재현될까···2018년 미국 주식만 좋았던 세 가지 이유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2018년 3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MSCI 미국 지수는 7.1% 오른 반면, MSCI World ex 미국 지수는 3.2% 하락했다.
이렇게 미국 주식시장이 독주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법인세 감세와 동시에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세금(송환세)을 깎아주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이를 자사주 매입의 재원으로 사용했다.
2018년 S&P500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액은 8080억달러로 2017년의 5350억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뒤 2019년 7590억달러, 2020년 5430억달러로 감소했고, 2021년엔 8950억달러로 2018년 수준을 넘어섰다.
둘째, 미국의 경기 사이클이 다른 나라들보다 늦게 꺾였다. OECD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기준으로 G20의 고점은 2017년 11월이었는데, 미국의 고점은 5개월 늦은 2018년 4월이었다.
셋째, 다른 나라들의 통화가 절하되기 시작하면서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려는 욕구를 자극해 돈이 미국으로 더 쏠렸다.
■ 2025년, 2018년만큼 극단적일 순 없어
올해는 2018년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감세 폭이 1기에 비해 크지 않다. 트럼프 1기 당시 법인세율은 35%에서 21%로 14%p 인하됐지만, 2기에 공약한 법인세율은 15%로 6%p 인하될 전망이다. 일회성으로 시행됐던 송환세율 인하 역시 없다.
2018년 G20 경기는 고점이었지만 지금은 저점 부근이다. 특히 중국 등 주요국은 저점에서 반등 중이다.
마지막으로 관세가 예상되면서 주요국의 통화가 달러에 대해 벌써 절하되고 있다. 멕시코 정도를 제외하면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한국 원화, 캐나다달러 등은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해 11월 5일 이후 많게는 5%에서 적게는 2%까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나타냈다. 관세가 부과되는 만큼 통화가 절하되는 셈이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중국은 초고율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실현되면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이머징 주식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2017년 이후 이머징 주식시장은 위안화와 유사한 궤적을 그려 왔기 때문에 1월 20일 전후로 주식시장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1월 국내 주식시장은 20일 트럼프 취임을 전후로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트럼프 취임이 매수 기회인지 여부는 그전까지 국내 금융시장이 얼마나 리스크를 선반영하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 정치 상황까지 더해져서 덜 반영하기보단 더 반영하는 쪽일 거라는 판단을 내놨다.
한화투자증권은 “당사 투자전략팀은 국내외 경기 저점을 올 2분기쯤으로 예상하고 주식시장이 저점을 지나는 시기는 이와 일치하거나 조금 이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의 조정은 주가 하락→경기 하강→실적 하향 순으로 나타나는 것이 정석이고 지금은 실적 하향을 기다리는 시기라는 판단이다.
판단의 근거로는 지난 2012~13년, 2018~19년, 2022~23년 조정 장세다. 당시 주가가 저점을 지난 뒤에도 실적 추정치가 하향되는 기간에는 KOSPI가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았고 9월부터 2025년 실적 추정치가 하향되기 시작했다. 2025년 당기순익 컨센서스는 242조원에서 217조원까지 10% 낮아졌다. 지난세 차례의 조정에서 컨센서스 하향기간은 평균 11개월이었고, 하향폭은 평균 35%였다.
한화투자증권은 “미국 경기 연착륙과 중국 경기 부양을 감안하면 조정 기간과 폭은 과거보다 짧고 얕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컨센서스 조정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고 하향폭도 평균에 미치지 않아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본격 상승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대가 없는 업종 실적 전망이 먼저 하향된 업종부터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한다”며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지금 포트폴리오에서 경기 민감도를 낮춰서 얻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증권사는 1월 20일 이후에도 헬스케어, 인터넷 S/W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은 유효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회사 측은 “2025년 예상 영업이익률이 2011년 이후 평균 영업이익률보다 낮은 업종이 안전해 보인다”며 “매출 컨센서스가 존재하지 않는 보험을 제외한 25개 업종 가운데 조건에 부합하는 업종은 화학, 철강, 소매 셋뿐이다. 투자자들은 이차전지의 장기 성장성에 회의적이고 국내 소비에 대한 부정론도 정점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주식은 주변 여건이 좋을 때 사는 게 아니다”며 “더 이상 나빠질 게 없을 때 사야 한다. 올해 1분기는 국내 주식을 늘려가기에 좋은 시기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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