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계 3차원 얽힘 성공⸱⸱⸱삼성·LG 등 실용화 단계 진입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양자 컴퓨터가 '상업화'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동안 양자 컴퓨터는 연산 능력의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외부 환경에 민감한 '양자 오류'와 하드웨어 집적도의 한계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이 물리적 한계를 정면 돌파하는 차세대 양자 칩 개발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내년을 기점으로 양자 패권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 미국 빅테크 3강의 '기술적 도약'…물리적 한계 극복
지난 19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개한 '마요나라1(Majorana1)' 칩은 양자 컴퓨팅의 최대 난제인 오류 문제를 해결할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MS는 17년간의 연구 끝에 위상 초전도체 기반의 큐비트 기술을 구현했다.
이는 온도나 자기장 등 외부 간섭에 취약한 기존 방식과 달리, '마요라나 페르미온' 입자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오류 발생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단일 칩에 100만개 이상의 큐비트를 집적할 수 있는 설계 구조를 확보했다는 점은 양자 컴퓨터의 소형화와 대규모 확장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구글 역시 지난 9일 현존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인 '프론티어'가 10^25년(우주의 나이보다 긴 시간) 걸릴 계산을 단 5분 만에 해결한 '윌로우(Willow)' 칩을 공개했다. 윌로우 칩의 핵심은 '검증 가능한 양자 우위'다. 특히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오류가 커지는 기존의 상식을 깨고, 규모를 확장할수록 오류율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는 ‘오류 수정 로드맵’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IBM의 행보도 거침없다. 지난해 '퀀텀 헤론'을 통해 고정밀 오류 수정 기술을 선보인 IBM은 2029년까지 1억개의 큐비트를 갖춘 '내결함성(Fault-tolerant)' 양자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최근 발표된 '퀀텀 나이트호크' 프로세서는 내년까지 기존 슈퍼컴퓨터를 완전히 추월하는 상업적 양자 우위를 달성하겠다는 IBM의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 한국의 추격… 원천 기술과 보안 생태계 선점
글로벌 기술 전쟁 속에서 한국의 약진도 눈부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라영식 교수팀은 최근 3차원 양자 얽힘 구조를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평면적인 2차원 구조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양자 오류 정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다.
3차원 클러스터 상태를 통해 오류 정보를 입체적으로 측정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한국형 양자 컴퓨터 개발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산업계의 움직임도 실용화 단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내년 2월 출시될 갤럭시 S25 시리즈에 스마트폰 최초로 양자내성암호(PQC)를 탑재한다. 이는 양자 컴퓨터가 기존 암호 체계를 해독할 수 있는 위협(Harvest Now, Decrypt Later)에 대응하는 선제적 조치다.
LG전자 또한 IBM 퀀텀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넘어 시스템 온 칩(SoC) 센터의 R&D 역량을 집중하며 양자 기반 알고리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신업계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다가오는 MWC 2025에서 양자 보안 기술을 AI 서비스와 결합한 결과물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도청이나 데이터 유출이 불가능한 ‘퀀텀 세이프’ 인프라를 구축해, 의료·금융 등 보안이 생명인 산업 분야의 AI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 AI와 양자의 결합…초거대 모델의 패러다임 변화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과 양자 컴퓨터의 결합이 '지능의 지수적 폭발'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AI 하드웨어의 주류인 GPU 체제는 방대한 데이터 연산에 따른 전력 소모와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양자 컴퓨터가 AI 학습과 추론에 도입되면, 기존 컴퓨터로 불가능했던 분자 구조 분석, 신소재 개발, 기후 시뮬레이션 등이 저비용·고성능으로 처리될 수 있다.
특히 양자 오류 수정 과정에 AI 알고리즘을 역으로 활용하는 '상호 보완적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KB증권 등 시장 분석 기관들에 따르면 양자 컴퓨터 시장은 향후 5년 내 상용화의 임계점을 넘어서며 수백조원 규모의 신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 시사점: 국가적 투자와 예산 분석의 필요성
양자 패권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미국과 중국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R&D 예산의 효율적 배분과 함께, 민간 기업들이 양자 생태계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지자체 및 정부 차원의 양자 기술 실증 단지 조성과 관련 인재 양성 예산의 적절성이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년은 양자 컴퓨터가 산업 현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 '양자 상용화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기업들은 '양자 기술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가 아닌 '어떤 양자 플랫폼을 선점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양자 상용화 시점에 대한 논쟁은 기술 발전의 긍정적 신호"라며 "완벽한 범용 컴퓨터를 기다리기보다 특정 산업에 즉각 적용 가능한 특수 목적형 서비스부터 선점하는 전략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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