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해지위험액 반년 새 10.2조 증가···부채 감소에도 요구자본 부담 확대
기본자본비율도 평균 8%p 하락 추정···실제 전망치와 민감도 분석 구분해야
[위클리오늘=김민준 기자] 그동안 보험업계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 자본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사가 앞으로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현재 가치가 줄어들면서 부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부채가 줄어드는 것보다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 등 자산 가치가 더 크게 떨어지거나, 위험에 대비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자본이 늘면서 오히려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17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 가운데 17곳, 종합손해보험사 10곳 가운데 5곳은 금리가 50bp(0.5%포인트) 추가 상승할 경우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ICS 비율은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버틸 수 있는 자본이 얼마나 충분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보험사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자본’을 각종 위험에 대비해 필요한 ‘요구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가용자본이 줄거나 요구자본이 늘면 K-ICS 비율은 떨어진다.
금리 0.5%p 오르면 생보사 평균 K-ICS 12.3%p 하락
보험사의 금리 민감도는 1년 사이 크게 변했다. 지난해 6월 말에는 금리가 50bp 오를 경우 K-ICS 비율이 떨어지는 생보사가 22곳 가운데 10곳이었다. 올해 6월 말에는 17곳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손보사도 1곳에서 5곳으로 증가했다.
생보사 전체의 평균 K-ICS 변동 폭도 지난해 6월 말에는 1.8%포인트 상승이었지만 올해 6월 말에는 12.3%포인트 하락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하락하는 회사만 따로 보면 차이는 더 크다. 금리가 50bp 상승할 경우 K-ICS 비율이 떨어지는 생보사 17곳의 평균 하락 폭은 17.8%포인트였다. 손보사 5곳의 평균 하락 폭은 3.9%포인트였다.
개별 생보사 가운데서는 농협생명의 하락 폭이 70%포인트로 가장 컸다. IBK연금보험은 32%포인트, KDB생명은 25%포인트, 교보생명과 iM라이프생명은 각각 2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과거에는 보험사의 부채 만기가 자산보다 긴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장기간에 걸쳐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현재 가치가 크게 줄면서 보험사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금리 상승이 계속되면서 일부 보험사는 자산 쪽이 오히려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해졌다. 금리가 오를 때 부채도 줄지만 채권 등 자산 가치가 더 많이 감소하면서 순자산이 줄어들 수 있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부채 줄었는데 해지위험은 커졌다…생보 43.4조
또 다른 변수는 '해지위험'이다. 보험사가 고객의 보험 해지에 대비해 계산하는 해지위험액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해지위험액은 지난해 말 33.2조원에서 올해 6월 말 43.4조원으로 10.2조원 늘었다. 손해보험업계도 같은 기간 21.7조원에서 27.6조원으로 증가했다.
금리가 오르면 보험부채의 현재 가치는 줄어든다. 하지만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해약환급금 자체가 같은 규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가 장부상 평가하는 부채와 실제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환급금 사이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보험부채의 평가금액이 100에서 80으로 줄었는데,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해약환급금이 여전히 100이라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대량 해지에 대비해야 할 부담이 커진다.
한국기업평가도 최근 해지위험액 증가가 대량해지위험 확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금리 상승 때 이 같은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생명·장기손해보험 위험액 가운데 해지위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보사가 52%, 손보사가 40%까지 높아졌다.
자본 늘었지만 '필요 자본'도 함께 증가
올해 상반기 보험사의 자본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생보업계와 손보업계의 K-ICS 가용자본은 각각 29%, 25% 증가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 효과가 크게 반영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제외해도 두 업권 모두 약 10% 늘었다.
문제는 보험사가 위험에 대비해 확보해야 하는 요구자본도 동시에 늘었다는 점이다. 보험사가 가진 자본이 100에서 110으로 늘더라도 필요한 자본이 50에서 70으로 더 빠르게 증가하면 자본비율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상반기 보험업계 순자산 증가분 가운데 금리 상승이 기여한 비중을 약 25%로 추산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제외한 기준이다. 금리 상승이 여전히 일부 보험사의 순자산에는 도움이 됐지만, 자산의 평가손실 등을 함께 고려하면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기본자본비율도 하락 압력…농협생명 142%→99%
금리 상승은 보험사의 기본자본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기본자본은 보험사가 손실을 흡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핵심 자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금리가 50bp 상승한다고 가정하고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변화를 모두 반영할 경우 생보업계 기본자본비율이 평균 약 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금리 변동으로 발생한 자산·부채 평가손익은 기본자본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증가한 요구자본 역시 기본자본비율 계산에 그대로 반영된다. 일부 보험사는 해약환급금준비금과 관련한 추가 부담까지 발생할 수 있다.
경과조치를 적용한 기준으로 농협생명의 기본자본비율은 142%에서 99%, 교보생명은 115%에서 96%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KDB생명은 33%에서 19%, IBK연금보험은 51%에서 36%로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번 분석은 여러 자산과 부채에 동일하게 금리가 50bp 오른다는 상황을 적용한 민감도 분석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단기금리와 장기금리가 서로 다르게 움직일 수 있고 보험사도 채권 만기를 조정하거나 재보험 등을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핵심은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에 무조건 좋다'는 공식이 더 이상 모든 보험사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보험을 많이 판매했는지, 어떤 자산에 투자했는지,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얼마나 맞춰 놓았는지에 따라 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험사의 금리 민감도 구조가 달라지면서 금리 상승이 자본관리 부담으로 이어지는 회사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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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6-08-31 12:12:18](/support/_updata/banner2/tl181969938_1704.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