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4.7조·전남 3.8조·경남 3.4조 차이···교부세 의존 지역일수록 영향 확대
지방계정 15.3조 신설에도 일반재원 성격 달라···재정자율성·분권 논란 불가피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초과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전출하고 지방교부세 산정 대상 내국세에서 이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지방재정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1일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당초 내국세 증가 추세에 따라 31.9조원 늘어날 예정이었던 보통교부세 증가액이 불과 2.3조원으로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중앙과 지방 간 재정 배분 구조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으로, 지자체별 영향 공개와 충분한 협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래대응기금 전출로 보통교부세 29.6조 증발
정부는 2027년 예산안을 통해 최근 10년 내국세 증가 추세를 초과하는 추가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고 지방교부세 산정 모수에서 이를 제외하는 산정방식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로 인해 지방교부세가 총 30.5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세부 추계 결과 이 가운데 보통교부세 감소 효과는 약 29.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미래대응기금 전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내년 보통교부세는 약 98.1조원에 달해 올해 추경(66.2조원) 대비 31.9조원(48.1%) 증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래대응기금 전출이 반영되면 내년 보통교부세는 68.5조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내년 보통교부세는 작년 추경 대비 불과 2.3조원(3.4%) 늘어나는 데 그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으로 국세수입이 추경 대비 169조원(40.7%) 급증하는 상황임에도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일반재원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걷게 되는 셈이다.
재정부족액 큰 지역일수록 절대 감소액 커…경북 4.7조·전남 3.8조 순
올해 지방정부별 재정부족액과 보통교부세 배분 구조가 내년에도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해 시도별 감소액을 추정한 결과 재정부족액 규모가 큰 지자체일수록 절대적인 감소 금액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대응기금에 따른 교부단체의 감액률은 약 30.2%로 동일하지만, 기존 배분 비중의 차이로 인해 지역별 영향도가 달라서다.
이외에도 부산과 대구가 각 1조원, 충북 1.9조원, 경기 2.1조원 등 전국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자주재원이 축소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정부 예산안에는 총액 기준의 감소분만 제시됐을 뿐 어느 지역이 얼마나 타격을 입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아 지방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지방교부세 법적 성격에 따른 재정분권 원칙 위배 논란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가 특정한 목적을 지정해 교부하는 국고보조금과 달리 지방정부가 지역 필요에 따라 용도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소중한 일반재원이다. 나아가 중앙의 임의적 지원금이 아니라 국가가 징수한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법률에 따라 배분함으로써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조정하는 독립된 고유재원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법정 배분 재원의 모수를 임의로 축소해 30조원의 자금을 중앙정부 기금으로 이전하는 것은 재정분권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내에 15.3조원 규모의 지방계정을 두어 일부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일반재원을 축소한 뒤 중앙정부의 심사와 통제를 받는 사업 예바로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활용 및 사무·재원 동시 이양해야
세수 호황기에 지방교부세가 단기간에 급증할 경우 지방재정이 경기순응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정부의 문제의식 자체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존재한다. 경기가 좋을 때 지출을 함께 늘렸다가 침체기에 급격히 줄이는 부작용을 방지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그 해법이 지방의 자주재원을 중앙정부가 강제로 회수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게 나라살림 측 주장이다.
이에 나라살림연구소는 그 대안으로 먼저 지방정부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적극 활용해 초과 세수분의 일정 부분을 적립하고 경기 하강기에 대비하는 시점 간 재원 조정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안정성과 유동성을 높이는 '지방기금 투자풀'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지방의 재정 여력이 커진다면 중앙정부가 수행하는 지역 밀착형 사무와 재원을 동시에 지방으로 이양할 것을 제안했다.
나라살림 측은 "국가 전체의 총지출을 불필요하게 늘리지 않으면서 진정한 재정분권을 달성하는 길은 재원 회수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의 동반 이양에 있다"고 강조했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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