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희건설이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서희건설이 받는 혐의는 단순한 뇌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회사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졌다는 게 주된 분석이다.
11일 검찰과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본사에 대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전격 압수수색은 단순한 일회성 수사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고가 명품 목걸이 제공 의혹을 기점으로, 인사청탁·정치권 인맥·지역주택조합 사업 비리까지 얽힌 복합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6위의 중견 건설사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 목걸이 뇌물 의혹···복잡한 결제와 차명 구매
특검이 주목한 사건의 발단은 2022년 6월 김건희가 나토(NATO) 정상회의 순방길에 착용한 반클리프 아펠 ‘스노우플레이크’ 목걸이다. 당시 판매가는 6000만원대로, 국내 소량 판매된 고가 제품이다.
수사 결과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비서실장이 대선 직후 동일 모델을 잠실 롯데백화점에서 구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당시 결제 방식은 이례적이었다. 현금으로 신세계 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다시 롯데 상품권으로 교환해 결제한 것. 구매자 명의는 비서실장의 어머니로 등록됐다. 반클리프 매장 직원은 “50대지만 30대처럼 보이는 멋쟁이 여성에게 선물할 것이라 들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이를 추적 회피를 위한 ‘상품권 세탁’ 정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 인사청탁 의혹···정치권 연결고리와 과거 전력
특검은 목걸이 제공이 단순 선물이 아닌 인사청탁의 대가였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실제로 목걸이 구매 후 3개월 뒤 회장의 사위 박성근 전 검사가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이 인선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어, 대통령 부부와 서희건설 간 관계를 둘러싼 의심은 한층 커졌다.
서희건설은 지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의 비선 조직으로 알려진 ‘양재동 캠프’의 거점이었던 건물 소유주다. 회장 일가는 윤 전 대통령 취임식 VIP 초청을 받았고, 세 딸 모두 회사 요직에 포진해 있으며 사위·사돈 관계에 전·현직 법조인 다수가 포진해 있다. 이러한 정치·사법 네트워크는 혐의가 입증될 경우 ‘권력형 로비’로 확장될 수 있다.
■ 지주택 비리···정부 특별점검 대상
서희건설은 지주택 사업 비리 의혹으로도 사법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최근 경기 용인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사건에서 부사장이 조합장에게 13억7500만원을 제공하고 385억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을 관철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부는 현재 전국 지주택 사업장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며, 서희건설은 주요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특검 착수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주말 서희건설은 본사 건물을 폐쇄해 입주사 출입을 막았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부 서류·PC가 사라진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증거인멸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건이 공개되자 11일 오전 서희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 이상 하락한 끝에 거래 정지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서희건설 사태의 특징은 단일 혐의가 아닌 다중 리스크의 결합이라고 본다. ▲뇌물·인사청탁·증거인멸 등에 의한 ‘형사 리스크’ ▲지주택 규제·비리 수사 등으로 인한 ‘사업 리스크’ ▲정치권·권력층 커넥션 의혹에 따른 ‘평판 리스크’에도 놓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검이 목걸이 실물과 전달 경로를 확보할 경우, 서희건설은 단순 뇌물 사건을 넘어 권력형 로비 의혹의 정점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혐의 입증이 실패하더라도 이미 훼손된 신뢰와 사업 기반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