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신청사 건립비 5000억 대책 있나" 질타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재정이 좋았을 때 신청사 기금을 조금이라도 적립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습니다."-(강원도 기획조정실장)
강원특별자치도의 곳간 사정이 심상치 않다. 11일 예결신문이 강원도 2024년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내년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여유 자금인 '순세계잉여금'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청사 건립'을 위한 기금마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낼 위기에 처하면서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는 집행부의 안이한 재정 운용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2000억 방파제' 붕괴⸱⸱⸱가용 재원 반토막 쇼크
지난달 13일 열린 도의회 예결위 제1차 회의에서 강원도가 보고한 결산 승인안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총 순세계잉여금은 9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회계 882억원과 특별회계 110억원을 합친 수치다. 2023년 결산 당시 2087억원에 달했던 순세계잉여금이 불과 1년 만에 52.5%나 급감하며 '1000억원대' 방어선이 무너졌다.
통상 다음 해 추경 예산의 핵심 재원으로 쓰이는 이 '비상금'이 반토막 났다는 것은 당장 올해와 내년 강원도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한창수(횡성) 도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명시이월 사업 중 국비가 내려오지 않아 집행을 못한 것이 대다수"라며 "2025년, 2026년 재정 환경이 더 나빠질 수 있는데 집행부는 막연히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 같아 염려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세입 여건 악화로 인해 도가 국비 내시액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이로 인해 이월액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 "신청사 기금, 연말이면 잔고 '0원' 우려"
재정 악화의 불똥은 도의 최대 현안인 '신청사 건립'으로 튀었다. 이날 예결위 심사장에서는 텅 비어가는 '신청사 건립 기금' 문제를 두고 정재웅(춘천) 의원과 이희열 기획조정실장 간 뼈아픈 설전이 오갔다.
정 의원은 "현재 신청사 건립 기금 잔액이 얼마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에 이 실장은 "총 991억원을 적립했으나, 올해 실집행액 229억원과 향후 집행 계획 423억원 등을 고려하면 연말에 남는 금액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시인했다. 사실상 올해가 지나면 그동안 모아둔 기금이 바닥난다는 고백이다.
정 의원은 "5000억원이 넘는 사업인데 기금이 없으면 본격적인 공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지방채 발행으로도 청사 건립 비용 조달이 직접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도대체 재원 조달 계획이 있는가"라고 강하게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지방채로는 공유재산 취득(청사 건립)이 일정 부분 가능하지만, 이번 추경에는 반영하지 않았다"며 "재정이 좋았던 2010년대 후반에 기금을 적립했어야 했는데, 막상 청사를 지으려니 경제 상황이 안 좋아져 실무자로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결국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기금을 적립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 외에 뚜렷한 묘수가 없음을 인정한 셈이다.
■ '빚' 내서 짓거나, 사업 멈추거나
문제는 앞으로다. 신청사 건립은 2025년부터 본격적인 보상과 착공 준비에 들어가며 막대한 현금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잉여금 반토막'으로 기초 체력이 떨어진 강원도가 별도의 적립금도 없이 수천억원의 공사비를 감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정 의원은 "결국 돈이 없어 사업을 못 하는 상황에 직면해 공기가 뒤로 밀리거나, 편법적인 예산 운용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며 "도민들에게 재원 조달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질타했다. 박기영(춘천) 의원 또한 "전임 도정에서 잉여금이 많았음에도 청사 기금을 한 푼도 모으지 못한 것이 지금의 화를 불렀다"며 알펜시아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부채 부담까지 겹친 강원 재정의 '이중고'를 지적했다.
2024년 결산에서 나타난 줄어든 잉여금과 텅 빈 기금, 그리고 늘어나는 지출 압박 속에서 강원도는 '신청사 건립'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위기에 처해 있다. 의회의 지적대로 "서늘한 가슴으로 마주해야 할" 재정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출처
• 강원도 2024 결산서
• 결산서 첨부서류
• 예결특위 1차, 2차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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