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국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강원도가 2024년도 결산 결과 정작 곳간에 확보해 놓은 예산은 빗나가는 수요 예측과 더딘 행정 절차 탓에 수백억 원씩 쓰지도 못하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줬다.
지난달 13일 열린 강원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4 회계연도 결산 심사장은 집행부의 '고무줄 추계'와 '행정 편의주의'를 질타하는 성토장이 됐다. 예결신문은 앞서 상(上)편에서 지적한 '재원 고갈' 위기와는 정반대로, 있는 돈조차 제대로 굴리지 못하는 강원 도정의 난맥상을 들여다 봤다.
■ "돈 빌려준다더니"⸱⸱⸱수요 예측 실패에 17억 '낮잠'
고금리와 고물가, 내수 부진의 삼중고에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숨만 쉬어도 빚이 늘어난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이처럼 자금 수혈이 절실한 시기에 도가 기업들을 위해 편성한 예산 17억원이 집행되지 않고 불용 처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예결위 심사에서 김왕규(태백) 의원은 경제국 소관 결산서를 들어 보이며 "기업지원과 예산 불용액이 17억원이나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경제가 어려워 기업들은 육성자금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을 텐데, 예산이 남았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김만호 경제국장은 "당초 중소기업육성자금 규모를 2023년 대비 약 850억원 확대해 4000억원 규모로 계획했으나, 실제 대출을 신청한 기업 수가 예상보다 적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일부 기업들이 자금을 조기 상환하면서 도가 지원해야 할 이차보전금(이자 차액 보전) 소요가 줄어든 탓"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위축되고 대출 여력이 떨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도는 이러한 현장 상황을 정밀하게 분석하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예산만 늘리면 지원이 될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담보 능력이 없어 대출 자체를 못 받는 한계 기업들이 수두룩하다"며 "단순히 자금 규모만 늘릴 것이 아니라, 강원신용보증재단을 통한 특례 보증 등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선행됐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 행정 절차에 발목 잡힌 미래 먹거리 '수열 클러스터'
도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사업 또한 행정력 부재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예산을 잔뜩 확보해 놓고도 행정 절차를 제때 밟지 못해 돈을 쓰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왕규 의원은 디지털산업과 소관 예산 중 약 36억원이 불용 처리된 사유를 캐물었다. 전체 예산현액 270억원 중 13%가 넘는 금액이 날아간 셈이다.
박광용 산업국장은 "해당 사업 부지가 '투자선도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지구 변경이 필요한데 국토교통부로부터 변경 승인을 받는 절차가 지연되면서 전체적인 공정이 늦어졌다"고 답했다. 이어 "환경부 예산을 금년 내 집행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감액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규모 SOC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필수적인 행정 리스크 관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김 의원은 "사업 전체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당초 예산을 세울 때 인허가 등 행정 절차 소요 기간을 명확히 짚어보지 못한 결과"라며 "결과적으로 예산 집행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며 행정력을 낭비했다"고 질타했다.
■ "돈 줘도 못 쓴다"⸱⸱⸱지방소멸기금의 민낯
지역 소멸 위기를 막겠다며 정부와 도가 야심 차게 투입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운용 실태는 더욱 처참하다. 일부 시군에서는 돈을 줘도 쓰지 못해 사업을 아예 '포기'하는 사태까지 속출했다.
정재웅(춘천) 의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 광역지원계정 집행 실적이 시군별로 들쑥날쑥하다"며 "심지어 2년 연속 집행률이 '제로(0)'인 지역도 있는데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희열 기획조정실장은 "사업 초기 사전 행정절차 미흡과 주민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여건이 안 돼 사업을 아예 포기하고 기금을 반납한 시군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는 기금 배분 단계에서 도가 시군 사업의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을 꼼꼼하게 검증하지 않고 '나눠주기식'으로 배정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처음 신청을 받을 때부터 사업의 적절성을 따져봤어야 했다"며 "사업 포기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소멸 위기 극복이라는 절박한 과제 앞에서 도의 재정 운용은 안일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 "부채 돌려막기에 공유재산 헐값 넘기나"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도 재정의 잠재적 시한폭탄인 '강원개발공사 부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알펜시아 리조트 조성으로 발생한 1조원대 빚을 갚기 위해 도가 보유한 알짜배기 공유재산을 공사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정재웅 의원은 "공사가 1조원이 넘는 부채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 행정안전부로부터 공사채 발행 승인을 받기 위해 도가 공유재산을 계속 출자해 부채 비율만 낮춰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는 공유재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회계 장부상 숫자만 맞추려는 편법"이라며 "출자된 재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공사의 빚 탕감용으로만 쓰이는 것은 도민에 대한 배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기영(춘천) 의원 또한 "강원개발공사의 부채 비율이 700%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부채를 낮추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은 알지만, 도의 소중한 자산을 무분별하게 넘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2024년 결산이 보여준 강원 재정은 '부족한 재원(순세계잉여금 급감)'과 '새나가는 구멍(불용액 과다)'의 이중고 상태를 보여줬다.
이희열 기획조정실장은 "재정이 좋았을 때 신청사 기금을 적립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며 "앞으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 출처
• 강원도의회 제338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 2024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서
• 기금/재무제표 결산서
• 결산서 첨부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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