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손상차손 · 9조 순차입금에 그룹사 신용도 하락 압력 가중
잉여현금흐름 고갈에 배당금 삭감⸱⸱⸱그룹 지배구조 유지 재원 축소 위기
[예결신문=김지수 기자] 롯데그룹의 중추이자 핵심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업황의 유례없는 장기 침체 속에 그룹 전체의 재무적 뇌관으로 부상했다.
5일 롯데케미칼의 실적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작년 4분기 연결 매출액 4조7100억원, 영업손실 43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된 수치로, 당초 시장 예상치였던 2350억원 적자를 두 배 가까이 초과하는 수준이다. 에틸렌과 납사의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인 300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열악한 업황이 반영된 결과다.
문제는 이런 부진이 수년째 이어지는 구조적 하락세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연간 3477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24년 8940억원, 2025년 잠정 9381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며 3년 누적 영업손실이 2조179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롯데그룹의 성장을 견인하던 범용 석유화학 제품이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공급 과잉이라는 파고에 휩쓸리며 수익 창출력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구간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회사의 기초 체력마저 바닥났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제는 석유화학 업황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 장기화와 이에 따른 설비 손상차손 등에 따라 자산가치는 계속 낮아지는 중이며 이는 롯데케미칼의 BPS 하락과 그룹 전체의 재무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더욱 심각한 건 작년 4분기 결산 과정에서 단행된 약 1조원 규모의 자산 손상차손 반영이다. 롯데케미칼은 저조한 이익 창출 능력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회수가 불가능해진 석유화학 설비 및 영업권의 가치를 장부에서 과감히 걷어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간 업황 악화로 영업권 및 자산 손상차손까지 발생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며 "정밀화학과 첨단소재를 제외한 전 사업부가 적자인 상황에서 미국 천연가스 급등으로 인한 에탄크래커 마진 훼손까지 겹치며 실적이 악화됐다. 재무적 완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4분기 세전이익 적자는 1조7363억원까지 불어났으며 이는 롯데지주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법 평가 손실로 직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주당순자산가치(BPS)는 2024년 33만5527원에서 작년 29만2912원으로 급락했다. 이는 그룹 전체의 자산 건전성을 훼손하고 대외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재무 상태의 악화는 9조원을 돌파한 순차입금 규모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024년 6조9930억원 수준이었던 순차입금은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LCI) 등 대규모 시설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영업 현금 흐름이 막히면서 작년 말 9조3250억원까지 치솟았다. 올해에는 이 규모가 9조9170억원에 달해 10조원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 역시 2024년 72.9%에서 올해 107.4%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만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면서 실적 회복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시작된 셈이다.
현금 흐름 고갈은 주주 환원 정책의 후퇴와 그룹 지배구조 유지 재원의 축소를 의미한다. 2024년 6960억원 수준이었던 잉여현금흐름(FCF) 순유출은 작년 1조9570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현금이 빠르게 마르면서 2024년 주당 2000원이었던 배당금은 작년 500~1000원으로 대폭 삭감될 전망이다.
이는 롯데지주의 주요 현금 수입원이 대폭 축소되는 결과로, 그룹 차원의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자본 동원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부진이 그룹 전체의 유동성을 시험대에 올린 모양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대규모 적자는 시황 악화 속에서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 부담이 겹친 결과"라며 "올 1분기에도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단기적인 반등 모멘텀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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