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 관세 통한 국내 시장 방어, 대미 관세 압박 상존
전방 산업 회복 지연 속 공급 조절 통한 실적 정상화 시도
[예결신문=김용대 위원] 지난달 국내 철강 시장은 내수 소비량 5000만 톤 선이 무너지는 구조적 변화를 맞이했다. 업계가 전망하는 올해 연간 내수 소비량은 약 4510만 톤 수준이다. 과거 한국 철강 산업의 가파른 성장을 견인했던 대규모 수요 기반이 사라진 셈이다.
3일 철강 업계와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1월 중순 이후 건설 비수기가 심화하며 철근 유통가격이 톤당 70만원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부진의 시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은 외형 확장 대신 가동률 조정과 수익성 방어로 보릿고개를 넘기려 하고 있다.
■ 공급 과잉 해소 위한 설비 가동률 조정
내수 시장 위축은 철강사들의 선제적인 공급 조절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인천공장의 철근 생산라인 중 75만 톤 규모의 설비 폐쇄를 단행하며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쐈다. 이는 기존 인천공장 철근 생산능력인 155만 톤의 약 절반에 달하는 규모로, 전체 국내 철근 생산능력인 1240만 톤의 약 6%에 해당한다.
현대제철은 포항 1공장의 혼합 생산 라인을 철근 전용으로 전환하고 특수강 봉강 라인을 당진제철소로 통합하는 등 공정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동국제강 역시 일부 생산라인 운영을 조절하며 약 100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감축한 상태로 가동률을 관리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의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작년 11월 발표된 이 방안은 공급 과잉 품목의 선제적 설비 규모 조정이 핵심으로, 올 상반기 내에 보다 구체적인 철근 사업 재편 로드맵이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철근 수요가 685만 톤에 그치며 가동률이 60% 이하로 추락했던 경험도 업계가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감축 노력으로 철근 유통가격이 65만원에서 72만원으로 반등했으나, 수요 확대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정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근업계 구조조정 움직임은 정부의 공급과잉 품목 구조조정 의지와 합치한다"며 "25년 11월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따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선제적 설비 감축이 진행 중이며 2026년 상반기 내에 구체적인 감축 로드맵이 제시되어 수급 정상화를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통상 환경 변화에 따른 시장 방어와 현지 생산 거점 확보
국내 시장을 위협하던 저가 수입재에 대한 방어막은 한층 두터워졌다. 기획재정부 고시에 따라 작년 11월 24일부터 중국산 열간압연 후판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 규칙이 시행되면서 무분별한 유입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일본과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 기간이 오는 6월 22일까지 연장됨으로써 국산 중심의 시장 재편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건설과 제조 등 전방 산업의 수요 자체가 워낙 저조해 가격 상승 여지는 불투명하다.
해외 시장의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미국 관세가 50% 수준으로 부과되면서 수출 마진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은 해외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투자와 같은 현지 생산 거점 확보는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유럽연합의 CBAM이 올해부터 본격 적용됨에 따라 저탄소 제품 생산 원가 관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 수요 없는 실적 반등 한계와 하반기 변수
올 1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영업이익에서 일정부분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수요 증가보다는 원가 절감과 공급 조절, 통상 방어 조치에 따른 불황형 흑자다. 하반기 반등 여부는 재고 소진 속도와 전방 산업의 회복세에 달려 있다.
다만 작년 10월 3만 톤 수준이던 철근 수출량이 12월 4만1000 톤으로 증가하며 판로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런 점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회복 흐름이 정책과 원가 관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업종 주가 강세는 중국 정책 기대와 글로벌 커머디티 강세가 조성한 자금 유입 환경의 영향이 주요하다고 판단한다"며 "국내 시장에서는 업스트림에 대한 투자 선택지가 제한적이어서 관련 수급이 대표주로 유입되는 경향이 철강 및 금속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가속화하는 국면"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올 상반기까지 업황 불항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하반기 재고 소진이 완료되고 금리 인하 등에 따른 전방 산업의 온기가 전달되기까지 철강업계는 철저한 공급 관리와 수익성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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