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 순세계잉여금 1091억 '역대 최대'⸱⸱⸱계양구(167억)의 6.5배
12월 송도엔 '스마트 횡단보도·경관 조명' 공사 한창⸱⸱⸱돈 남아 '밀어내기 집행'
동구(193억)·미추홀구는 재정자립도 10%대 추락⸱⸱⸱"보도블록 교체도 사치"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주민들이 체감하는 '재정 계급' 현실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2025년 12월 인천의 겨울은 명암이 엇갈린다.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연말을 맞아 바닥을 뜯어내는 공사가 한창이다. 멀쩡한 보도블록이 있던 자리에는 최신형 'LED 바닥형 보행신호등(스마트 횡단보도)'이 깔리고 교량에는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 조명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반면, 동구, 미추홀구, 계양구 등은 재정난이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 대조적인 모습은 인천의 '재정 양극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4일 본지가 '2024회계연도 인천시 자치구별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천 내부의 부의 쏠림 현상은 수치상으로도 증명된다. 특히 부자 구청인 연수구는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주체하지 못해 연말 예산 소진에 나선 반면, 원도심은 장부상 잉여금을 두고도 빚을 갚느라 쓰지 못하는 '빈곤'에 빠져 있다.
■ 연수구 1091억원의 위엄⸱⸱⸱"돈이 남는다"
이번 분석에서 확인된 가장 눈에 띠는 건 연수구의 독주다. 연수구의 2024년 결산상 순세계잉여금은 1091억 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인천 기초지자체 역사상 순수 잉여금이 1000억원을 돌파한 이례적인 기록이다. 불황으로 세수가 줄어 허리띠를 졸라매는 타 지자체와 달리 연수구는 오히려 전년 대비 잉여금 규모를 대폭 불리며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1091억 원은 연수구청장이 의회의 간섭 없이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비상금'이다. 송도국제도시의 고가 아파트와 바이오 기업들이 낸 재산세와 지방소득세가 차곡차곡 쌓인 결과다. 구청 안팎에서는 잉여금을 줄이기 위한 '밀어내기식 집행'이 감지된다.
현재 송도국제도시 주요 교차로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와 야간 경관 조명 사업은 그 단적인 예다. 구청은 "보행 안전과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한 필수 사업"이라고 설명하지만, 예산 전문가들은 "통상적인 유지보수 수준을 넘어선 고가의 시설물 설치는 막대한 잉여금을 불용 처리하지 않기 위한 전형적인 '부자 구청'의 예산털기"라고 지적한다.
■ 계양구 순세계잉여금 167억⸱⸱⸱연수구와 '6.5배' 격차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가장 뼈아픈 곳은 계양구다. 인구 28만의 계양구가 쥔 순세계잉여금은 고작 167억원에 불과했다. 인구 6만의 동구(193억원)보다도 적은, 조사 대상 중 최하위 기록이다.
연수구와 비교하면 격차는 무려 6.5배에 달한다. 연수구가 650원을 쓸 때 계양구는 100원도 못 쓰는 꼴이다. 계양구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부족하고 베드타운 성격이 짙어 자체 수입원은 빈약한데 복지 수요는 높아 재정 구조가 꽉 막혀 있다. 167억원은 내년도 공무원 월급 인상분이나 긴급 재난 예산으로도 빠듯한 '생존 자금'이다.
미추홀구(419억원)는 서구(422억원)와 잉여금 규모가 비슷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재정자립도가 13%대인 미추홀구의 419억원은 돈이 남아서가 아니라, 국·시비 매칭비(분담금)가 없어 사업을 포기해 발생한 '강제 불용액'이거나 빚 갚을 돈이다. 동구(193억원) 역시 재정자립도 최하위권(10.4%)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 서구 422억 vs 동구 193억⸱⸱⸱벌어지는 격차
인천 예산 규모 1위(약 1조4500억원)를 자랑하는 서구(청라·검단)조차 잉여금 규모에서는 연수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서구의 순세계잉여금은 422억원에 머물렀다. 연수구(1091억원)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서구가 신도시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느라 잉여금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된 반면, 연수구는 기반 시설이 갖춰진 상태에서 세입만 폭발적으로 늘어나 '돈이 고이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는 인천 내 부의 중심축이 송도로 급격히, 그리고 과도하게 쏠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상황이 더 심각한 곳은 원도심이다. 재정자립도가 10.4%로 인천 최하위권인 동구의 순세계잉여금은 193억원에 그쳤다. 연수구의 5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동구에게 이 돈은 단순한 잉여금이 아니라 내년도 공무원 월급 인상분이나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최후의 보루'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격차가 단순한 행정 구역의 차이를 넘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계급장'이 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시 재정자문위원은 "연수구 혼자 1100억원을 독식하고 계양구는 160억원으로 버티는 구조는 명백한 자원 배분의 실패"라며 "인천시가 조정교부금 비율을 현행 20%에서 대폭 상향해 '재정의 낙수효과'를 강제로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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