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수·방재 핵심 사업 다수 집행률 저조
미집행 예산 중간 구조조정 등 집행 거버넌스 보강 필요

서울시의 2025년도 본예산은 48조1144억원. 복지·청년 주거·생활안전 등 시민 체감 분야에 재원을 넓힌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업별 집행 현황을 보면 치수·방재 핵심 사업 다수가 3분기 시점에도 집행률이 0~50%대에 머물렀다. 총량 확대가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난 대목이다.
특히 빗물저류·펌프장 확충 등 재난 예방과 직결된 사업에서 집행 지연이 확인돼 사업관리와 예산 환류 체계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재정포털(사업별예산정보) 자료에 따르면 물순환안전국 치수안전과 소관의 ‘신림 공영차고지 빗물저류조 설치’는 예산현액 44억7496만60원 중 지출 8752만7370원으로 집행률 약 2.0%에 그쳤다.
‘신림재정비 촉진지구 내 저류조 설치(예산 70억원)’와 ‘양재 빗물펌프장 증설(예산 20억원)’은 집행 0원, 집행률 0%다. ‘신길 유수지 증설 및 배수시설 개선’은 예산 17억4000만원 중 8억원 지출로 46.0%, ‘양재2 빗물펌프장 신설’은 예산 20억원 중 10억원 지출로 50%를 기록했다. 동일 카테고리 내에서도 사업별 편차가 크다. 이에 설계·보상·입찰·공정관리 등 내역을 조기에 드러내는 분기별 집행점검과 지연 사유 공개가 요구된다.
집행 부진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공공사업 특성상 설계 변경, 주민 협의, 지질 조사 등 사전 절차 지연이 잦다. 다만 위험도·시급성이 높은 치수·안전 사업까지 일괄적으로 늦어지는 건 별개 문제다. 사업단위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와 진행 과정을 명확히 하고 지연 시 책임 주체와 보완 일정을 예산 설명서에 병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연내 집행이 어렵다면 조기 구조조정을 통해 타 긴급 사업으로 재배치하는 기민함이 요구된다.
반면, 복지·청년 주거 등 일부 사업은 예산 소진 속도가 빨라 하반기 수요 대기에 걸린 사례도 발견된다. 수요예측의 정밀도가 낮았던 탓이다.
재정학자들은 “총량을 키웠다는 사실보다 ‘쓴 돈의 증거’를 보여주는 체계가 중요하다”며 “집행률 지표만으로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침수 취약지구 감소, 피해 회피액, 공사 지연 일수 등 결과지표와 연결한 ‘예산-성과 매칭표’를 부서별로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시민사회 관계자는 “지금처럼 ‘선정’ 단계에서 멈추지 말고 성과 측정 후 다음 연도 재배정까지 이어질 때 제도가 실질적 성과를 낸다”며 “또한 세입 측면에서는 경기 둔화와 이전 재원 의존도를 감안해 체납관리·세외수입 개선·자산 활용도 제고 등 자체 재원 확충책을 병행해야 재정건전성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가지 정책 제언을 했다. 첫째, 치수·안전 등 고위험 사업은 사업착수 전 단계부터 ‘레드플래그’(지연 경보) 관리지표를 도입하고 지연 시 자동으로 심의·재배정 절차가 작동하도록 규정화해야 한다.
둘째, 모든 주요 사업에 한 줄의 결과지표를 붙여 시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성과를 계량화하고, 미달 시 감액·재설계를 원칙화한다.
셋째, 분기별 집행 현황을 대시보드로 공개하고 부서별 집행 순위를 공표해 내부 경쟁을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연내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은 과감히 이·전용해 돌봄·안전 같은 긴급 수요에 투입한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2025년 예산은 시민 체감 분야를 두텁게 한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성과관리와 집행 거버넌스가 개선되지 않으면 ‘확대 재정’의 신뢰는 금세 소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간단 요약
• 2025년 서울시 예산 48조1144억 원 중 치수·안전 핵심 사업 다수의 집행률이 0~50%대에 머물렀다.
• 원인 진단과 함께 ‘예산-성과 매칭표’·분기별 지연 경보·중간 구조조정 등 집행 거버넌스 보강이 요구 된다.
• 시민 체감 사업 확대의 취지는 살리되, 결과지표 연동·자체세입 확충으로 재정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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