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Google), 메타(Meta), 바이트댄스(ByteDance) 등 세계적 IT 기업들이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Broadcom)에 AI 칩 개발을 의뢰,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브로드컴이 단숨에 업계 1위 엔비디아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과연 삼성전자가 브로드컴과의 거래를 통해 그간의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브로드컴은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통신용 칩 설계 기업으로, 최근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이 같은 브로드컴의 급성장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에서 나온 ‘탈엔비디아’ 현상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데에 따른 부작용이다. 이에 MS, AMD, 구글 등이 탈엔비다를 선언한 상태다.
이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납품에 사활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CES 2025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으로부터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야 한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으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시장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브로드컴과 협력할 경우 향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초 지난해까지 HBM3E 공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낮은 수율 등 문제로 여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엔비디아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것이라는 논쟁이 나오기도 했다.
당분간 브로드컴은 SK하이닉스로부터 HBM3E을 납품받아 AI 연산 보드에 탑재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필요한 물량을 SK 측에 선주문했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53%를 차지하는 독보적 기업이다. 특히 엔비디아향 HBM 납품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삼성전자-브로드컴 협력 위해 넘어야 할 산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에 비해 높은 비용 대비 성능 비율과 대규모 공급을 제공할 수 있는 메모리 공급업체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칩 설계 프로세스와 사업 모델을 고려하면 양사의 계약 체결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이 생성형 AI와 가속 컴퓨팅을 위한 아키텍처에서 초기 결함을 노출, 브로드컴의 맞춤형 AI칩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거란 전망이다. 문제는 브로드컴이 엔비디아와 비슷한 조달 규모를 달성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CES 2025에서 삼성전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선보였다. 아직 개발 단계이기는 하지만, 삼성은 이를 통해 글로벌 리더 자리를 되찾겠다는 포부다. 본격적인 양산은 올 하반기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과 브로드컴 사이에는 풀어야 할 악연이 존재한다. 한국 공정위는 2023년 브로드컴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부품을 공급하며 매년 일정 금액 이상의 물량을 구매하도록 강제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브로드컴을 상대로 반독점 위반행위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악연 때문에 협력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SK하이닉스의 생산 규모가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납품을 모두 감당하기엔 부족해 삼성전자에 기회가 열릴 것은 분명하다. 결국 기술력이 모든 결정의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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