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며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모바일 MMORPG 중심의 사업 구조가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향후 실적 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2일 엔씨소프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 모바일게임 트렌드 변화, 기존 전략에 타격
엔씨소프트는 지난 수년간 ‘리니지’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MMORPG로 급성장하며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게임 이용자 트렌드는 저몰입형 콘텐츠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캐주얼 게임, 방치형 RPG, 숏폼 미디어 등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다변화되면서 기존의 고과금 중심 구조는 오히려 유저 진입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에서 ‘리니지M’, ‘리니지2M’ 이후 확실한 흥행작 없이 경쟁작들이 다수 등장하며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상황이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카카오게임즈), ‘나이트 크로우’(위메이드) 등 이른바 ‘리니지라이크’ 경쟁작들의 성공은 MMORPG 시장 내 경쟁 강도 심화와 콘텐츠 수명 단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실적 급락···2024년 영업적자 전환
이 같은 시장 변화는 실적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2022년 55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엔씨는 작년 1092억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주요 신작들의 출시 지연과 기대 이하의 성과, 여기에 구조조정과 인건비 상승 등 비용 부담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작년 빅4 중 유일하게 적자 기록이다. ▲넥슨은 매출액 4조91억원, 영업이익 1조1157억원 ▲넷마블은 매출액 2조6638억원, 영업이익 3700억원 ▲크래프톤은 2조7098억원, 영업이익 1조1825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반면, 엔씨는 영업적자뿐 아니라 매출액도 전년 대비 11% 줄어든 1조5781억원에 그쳤다.
회사는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마케팅 비용을 효율화하며 반등을 꾀하고 있지만, 모바일 MMORPG 시장 자체의 성장 둔화와 사용자 이탈 흐름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재무구조는 안정적, 현금창출력은 감소
엔씨소프트는 여전히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으로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주력 게임의 매출 감소와 글로벌 R&D센터 건립 등 투자 소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잉여현금 흐름은 과거만큼 여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및 M&A 가능성 역시 향후 재무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관건
현재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MMORPG 중심의 게임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규 장르와 플랫폼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아이온 2’를 비롯한 자체 개발작과 더불어 외부 퍼블리싱 게임과 캐주얼 장르의 신작도 준비 중이다. 이는 중장기적 실적 반등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PC·콘솔 기반 패키지 게임은 모바일게임보다 개발기간이 길고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그러나 글로벌 시장 진입과 실적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장르·지역·플랫폼의 다각화가 필수적인 과제”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