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김지수 기자] 대전광역시가 지난달 통상적인 예산 편성의 관례를 깨는 특이한 행보를 보였다. 본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긴급 편성해 '제1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결정한 것이다.
이번 추경은 시청 안팎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체 예산의 틀을 보정하는 통상의 추경과 달리 오직 단 하나의 과(課), 단 하나의 사업을 위한 이른바 '원포인트 추경'이어서다.
본지는 확정된 1회 추경 예산서를 입수, 351억원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고 이 전략에 나타난 시의 셈법은 무엇인지 분석했다.
■ 5조5820억 중 늘어난 돈 0.63%⸱⸱⸱'나홀로 증액' 왜?
4일 대전시 예산안에 따르면 이날까지 확정된 일반회계 규모는 이번 추경을 포함해 5조5821억원이다. 일견 커 보이지만, 기정액(본예산)인 5조547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분은 351억원에 불과하다. 증가율로 따지면 0.63%다. 통상 지자체들이 1회 추경에서 본예산의 5~10% 규모를 증액하며 다양한 현안 사업을 반영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예산의 배분 구조다. 이번 추경은 이른바 '독식'이다. 본지가 조직별 세출 총괄표를 분석한 결과, 대전시청 내 수십 개의 실·국·본부 중 예산이 단 1원이라도 늘어난 곳은 '경제국'이 유일했다.
시민의 삶과 직결된 ▲복지국(2조3755억) ▲교통국(2084억) ▲환경국(2191억) ▲도시주택국(1553억) 등 주요 부서의 예산은 본예산 그대로 동결됐다.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본부나 재난관리 부서조차 예산 변동이 없었다.
오직 경제국 산하 '소상공정책과'의 예산만이 기존 731억3300만원에서 1082억4300만원으로 48.01% 폭증했다. 이는 시가 현재 '소상공인 위기'를 전시 상황에 준하는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결산도 안 끝났는데⸱⸱⸱'가불'해 온 351억
그렇다면 시는 빚을 내지 않고(지방채 동결) 어떻게 351억원이라는 재원을 조달했을까.
세입예산 명세서에 따르면 이번 추경의 재원은 100% '순세계잉여금' 증액분으로 충당됐다. 시는 당초 2025년 본예산을 짤 때 2024년에 쓰고 남을 돈(순세계잉여금)을 800억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2월 추경안을 짜면서 이 예상치를 1151억여원으로 수정했다. 정확히 351억1000만원을 올려 잡은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현재는 아직 2024회계연도에 대한 결산 검사가 진행 중이거나 막 시작된 단계다. 즉, 작년에 정확히 얼마가 남았는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략 이만큼 더 남을 것 같다"는 추계만 믿고 예산을 미리 당겨 쓴 셈이다. 재정 용어로는 이를 '세입 오차'의 위험성이라고 부른다.
만약 오는 4~5월 결산 결과, 실제 순세계잉여금이 이번에 수정한 1151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는 하반기에 예정된 사업을 취소하는 '감액 추경'을 하거나 부랴부랴 지방채를 발행해 구멍을 메워야 한다. 이처럼 결산 전에 잉여금을 증액 편성하는 것은 전형적인 '가불 예산'으로, 소상공인 지원이 아무리 급해도 재정 건전성을 담보로 한 도박에 가깝다.
■ 351억의 정체⸱⸱⸱현금 아닌 '신용'을 샀다
그렇다면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351억원이 과연 소상공인들의 통장에 바로 꽂힐까? 세출예산 사업명세서를 뜯어보면 답은 '아니오'다.
증액된 예산 전액은 소상공정책과의 '소상공인 경영회복 지원'이라는 단일 단위 사업에 편성됐다. 그런데 지출 항목(목/세목)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전체 예산의 98%에 달하는 344억8000만원이 '공기관 등에 대한 경상적 위탁사업비(308-10)'로 잡혀있다.
이는 시가 직접 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대전신용보증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에 돈을 맡긴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경영회복 지원 대행수수료' 등의 명목이다. 나머지 6억3000만원 역시 이 사업을 굴리기 위한 인건비(기간제 근로자 등)와 운영비로 책정됐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를 '금융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포석으로 해석한다. 지자체가 신용보증재단에 350억원을 출연하면, 보증재단은 그 10~15배에 달하는 3500억~5000억원 규모의 보증서를 끊어줄 수 있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대전시가 보증을 서주고, 대출 이자의 일부를 대신 갚아주겠다는 것이다.
즉, 이번 351억원은 당장 쓰러져가는 소상공인들에게 '산소호흡기(긴급 유동성)'를 달아주기 위한 마중물인 셈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대출 상환 능력이 없는 한계 차주에게 빚을 더 내주는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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