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보증 27.9조원 여전···위험등급 46%, '뇌관' 될까 촉각
BBB~A급 건설사, 유동성보다 익스포저 더 커···5개사 위험 수준 초과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올 상반기 국내 건설업계가 분양 경기 침체와 매출채권 급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한 악성 미분양 증가가 건설사의 현금흐름을 막으면서 시공능력 상위권 건설사들까지 유동성 확보를 위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 분양 경기 악화와 악성 미분양 증가
국내 주택 시장은 ‘준공 후 미분양’ 위험에 노출돼 있다. 15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2023년 초 정점을 찍은 뒤 소폭 감소했으나, 올해 초부터 다시 반등하며 7만 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의 가파른 상승세다. 2019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준공 후 미분양 지표는 2023년부터 우상향으로 전환됐으며 올 1월 기준 약 2.4만 호에 육박하며 건설사의 공사대금 회수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지방 광역시와 기타 지방의 분양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도권과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 시공능력 상위 건설사 매출채권 급증⸱⸱⸱PF 보증 리스크 악화
분양 대금 회수 지연은 건설사의 매출채권 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공능력 1~50위권 건설사의 합산 매출채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건설사들의 합산 매출채권은 2020년 말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급증, 차입금 확대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사 합산 PF보증 규모 또한 2024년 말 기준 27.9조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상위 50개 건설사의 매출채권은 45.7조 원으로,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율은 30.9%에 달한다. 이는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하고도 받지 못한 돈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육박한다는 의미로, 차입금 의존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건설사들의 PF 보증 리스크 역시 질적으로 악화되는 추세다. 특히 미착공 PF 비중이 높은 업체와 자기자본 대비 보증 규모가 과도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 전액 착공 상태이나 자본 대비 과중
현대건설은 5.6조 원으로 가장 큰 보증 규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건설(3.2조 원)과 GS건설(2.1조 원)은 전체 보증액 중 미착공 PF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KCC건설(128.1%), BS한양(115.6%), 롯데건설(111.0%)은 도급 PF 규모가 자기자본을 상회하고 있어 사업성 악화 시 자본 잠식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건설업계의 신용 등급 하향 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양 수입을 통한 자산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경우, 자체 유동성만으로는 운영 자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건설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분양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후분양으로 전환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입주 시점에 미수금이 회수되지 않을 경우 건설사 합산 부채비율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으며 일부 건설사는 보유 유동성보다 미수금 익스포저가 더 큰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또 "대형 건설사는 그룹의 지원 가능성으로 버티고 있으나,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비중이 100%를 넘어서는 업체들은 금융권의 차입 연장 거부 시 즉각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자산 매각과 사업 포트폴리오의 과감한 구조조정 없이는 하반기 신용등급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준공 후 단기간 내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미수금 익스포저는 5.1조원에서 8.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 이는 분석 대상 건설사들의 합산 자기자본 대비 최대 21.8%에 이르는 규모다.
만약 해당 익스포저의 절반이 손실로 반영될 경우, 건설사 합산 부채 비율은 2024년 말 123.4%에서 최대 138.5%로 상승할 수 있다. 일부 건설사는 미수금 익스포저가 보유 유동성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자체적인 자금 조달 능력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결국 올 하반기는 건설사들이 쌓인 미수금을 얼마나 현금화하느냐와 미착공 PF 사업장을 본 PF로 전환하거나 매각하여 우발채무를 줄이느냐가 생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의 PF 정상화 지원책이 가동되고 있으나, 시장의 자정 작용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중견 건설사를 넘어 대형사까지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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