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도이치파이낸셜 설립으로 시작된 KB금융그룹과 도이치모터스의 협력은 단순한 사업 파트너십을 넘어 정치·금융 유착의 한 축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12년간 이어진 자금 지원, 인사 교류, 해외 사업 확장은 김건희 측근과의 의혹까지 겹치며 금융권 신뢰를 흔드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 ‘30억원 투자’에서 시작된 12년 인연
2013년 7월 KB국민은행은 도이치모터스의 금융 자회사 도이치파이낸셜 설립 당시 30억원을 투자해 12.5% 지분을 확보했다. 초대 대표로는 KB국민은행 부행장 출신 김재곤 씨가 선임됐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대표와 고려대 MBA 동문으로, 업계에서는 “KB 출신이 도이치의 금융 플랫폼 설계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KB금융과 도이치모터스의 관계는 단순한 자본 투자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전환됐다.
협력은 자동차 금융을 넘어 부동산 개발과 보험까지 확장됐다.
2017년 수원 ‘도이치오토월드’ 개발 과정에서 KB부동산신탁은 3800억원 차입형 토지신탁을 맡았다. 이어 2020년엔 KB캐피탈이 도이치파이낸셜 유상증자에 100억원을 투자했고 2024년엔 도이치 계열 브리티시오토에 286억원을 연대보증했다.
올해는 KB손해보험·손해사정이 도이치 자회사 ‘차란차’와 보험청구 시스템 MOU를 체결하는 데에 이른다. 이로써 KB금융 전 계열사가 도이치모터스와의 협력 구조에 편입됐다.
■ 김건희 측근과의 교차점
정치권 의혹의 불씨는 2023년 8월에 다시 피어올랐다. 황수남 도이치파이낸셜 대표(전 KB캐피탈 대표)가 김건희의 측근 김예성이 운영하는 IMS모빌리티 주식 20억원어치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IMS는 과거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과도 연결된 렌터카 회사다.
황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김예성 씨를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지만, KB금융이 이미 2020년 도이치파이낸셜 유상증자에 참여한 이력과 맞물리며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KB금융과 도이치모터스는 국내 협력을 넘어 캄보디아 등 동남아 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윤석열과 김건희의 관심사였던 ‘메콩 경제협력’ 강화 기조와 맞물리며 정책 지원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의 친밀한 관계가 해외 진출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은 재임 중 취업비리 의혹, 가족 관련 사건 등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와 같은 고위험군 기업과 장기간 협력하며 ‘방패막이’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회장은 현재 KB금융 고문직을 맡아 그룹 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3년 취임한 양종희 회장 역시 윤 전 회장의 측근으로 평가돼 협력 기조를 이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금융과 권력의 결탁 사례로 본다. 모 대형 증권사 수석연구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정치권과 금융사의 밀착은 단기적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금융시장 신뢰와 투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며 "KB금융-도이치모터스 사례는 이러한 위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특검이 김건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에서 약 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을 확인한 것과 관련해 “향후 특검과 금융당국이 자금 흐름과 인사 네트워크를 집중 조사할 경우, KB금융과 도이치모터스의 12년 협력은 단순한 사업 동맹이 아닌 구조적 결탁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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