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재정수지 적자 3조1000억 20년 만의 최소···예정처 전망은 0.1% 흑자
호황기 세수 적립해 불황기 대응···연 1.2조~1.8조 재정 편익 추정
[예결신문=김용대 칼럼니스트]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금을 따로 떼어 만드는 미래대응기금 162조3000억원이 내년 예산 심사의 최대 쟁점이 됐다. 이 가운데 내년에 실제 사업에 쓰는 돈은 45조4000억원이고 104조4000억원은 쓰지 않고 쌓아둔다.
쟁점의 발단은 2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채의 순증가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등 일각에서는 "국가채무가 107조원이나 늘어나는데 신규 국채 발행이 거의 없다는 게 무슨 소리냐"며 반발했다. 국채 잔액은 늘어나지만 빌린 돈 상당 부분이 기금의 금융자산으로 쌓인다는 점을 두고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채 96조 늘지만…104조 금융자산으로 남아
정부 기획예산처 '2026~2030년 국가채무관리계획'상 내년 국고채 발행은 222조8000억원, 상환은 126조6000억원으로 잔액이 96조2000억원 늘어난다. 국채 잔액만 보면 순증이 발생한다.
문제는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관리재정수지 설명 이후와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GDP 대비 -3.9%에서 내년 -0.1%로 20년 만에 가장 양호해지고 국가채무비율도 51.6%에서 48.3%로 낮아진다고 설명한 직후 이 말을 했다. 관리재정수지는 나라 전체 수입에서 지출을 뺀 값으로 내년 적자는 3조1000억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채와 재정수지가 엇갈리는 이유를 기금 구조로 설명했다. 일반회계는 적자국채 100조1000억원을 발행하지만 같은 해 추가세수가 기금으로 넘어가 104조3614억원이 예치금 형태의 금융자산으로 유보된다. 예산정책처는 적자성 채무가 976조원에서 1076조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잡히지만 이에 대응하는 기금 금융자산은 채무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통계상 채무가 실질보다 과다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예산정책처 자체 전망은 정부보다 더 양호하다. 예산정책처는 내년 관리재정수지가 GDP 대비 0.1% 흑자, 국가채무비율은 43.2%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쓰지 않고 쌓는 댐"…'925조 살림' 주장과 달라
미래대응기금은 내국세가 최근 10년 증가 추세(연평균 6.2%)보다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몫을 '추가세수'로 떼어 쌓는 기금이다. 내년 추가세수 158조4720억원과 특별회계 전입금 등을 더해 162조3000억원이 된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세금이 일반회계로 들어오면 그해 모두 써야 하므로 재정안정화 '댐' 기능을 하는 기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창환 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은 104조4000억원을 기금에 적립하지 않았다면 지출 증가율이 27%를 넘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여유자금이 불황기에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을 막고 국채 신규 발행도 줄인다고 말했다. 내년에만 12조5000억원이 국채 발행 축소에 쓰인다.
임이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총지출 820조9000억원에 여유자금을 더하면 실질 살림 규모가 925조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유자금은 금융기관에 맡겨두는 적립금으로 회계상 총지출에 들어가지 않는다.
기금 사업비 45조3625억원은 청년계정 13조3296억원, 성장동력계정 14조1638억원, 지방계정 10조2662억원, 교육·인재계정 7조6029억원으로 나뉜다. 청년미래적금 1조7000억원, 프론티어급 AI 개발 4조7000억원, 지방미래성장지원금 3조5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30% 탄력 집행 vs 국회 통제…심사서 조정 가능
정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기금 사업비를 10분의 3 범위에서 국회 의결 없이 바꿀 수 있게 했다. 현행법상 일반 기금은 20%, 금융성 기금은 30%다. 정부는 경기와 세수 변화에 맞춰 기금을 신속하게 집행하려면 금융성 기금 수준의 탄력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수 부족을 메우려 일반회계로 옮긴 경우와 초과 조세수입을 활용해 변경한 경우에는 내역을 지체 없이 국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심의 없이도 주요 항목의 30%까지 집행할 수 있다"며 정권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금운용계획 역시 국회의 사전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기금의 전체 계획과 사업 목록은 국회 의결 대상이다. 예산정책처는 변경 범위를 일반 기금 수준인 2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해 국회 법안 심사에서 조정될 수 있다.
추가세수 2029년 소멸 지적…정부, 운용수익·지출 감속으로 대응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예산정책처가 2029년 이후 추가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며 기금을 '2~3년짜리 빚잔치'라고 했다. 실제 예산정책처 분석상 추가세수는 내년 158조5000억원, 2028년 57조3000억원 이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사업비 가운데 해마다 반복되는 지출은 21조1973억원(46.7%)이다.
정부는 호황기에 쌓은 104조원 여유자금과 운용수익을 이후 재원으로 쓰고 총지출 증가율을 2028년 9%, 2029년 7%, 2030년 5%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예산정책처는 연 4% 수익률을 가정하면 여유자금 운용수익이 약 3조원에 이르지만 정부안에는 이 수익이 기금 수입으로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금 재원이 정부 계획보다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지난달 22일 미래대응기금 정책 심포지엄에서 기금 도입으로 연 1조2000억~1조8000억원의 재정 편익이 생긴다고 추정했다. 여유자금을 운용하고 국채 발행을 줄이는 경우를 도입 전과 비교한 결과다. 이 대통령은 IMF와 OECD, 주요 신용평가사가 재정수지 개선과 기금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황기 세수를 한 해에 소진하지 않고 쌓아 불황기 지출과 국채 발행을 조절하는 장치가 기금의 핵심인 만큼 국회 심사에서는 적립·인출 규칙과 반복 지출 관리 기준을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관건이다.
김 원장은 기금이 단년도 중심의 '천수답' 재정을 중기 안정 운용으로 바꾸는 재정혁신이라고 평가했다. 내국세가 추세선 아래로 내려가면 적립금으로 차액을 보전해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 지출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결신문 /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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