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납기·중립성 앞세운 '가성비 대안'서 '글로벌 핵심 파트너'로 체질 개선
무기+금융+기술이전 결합한 '생태계 수출' 고도화 위해 수출금융 지원 절실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글로벌 방산 산업이 냉전 종식 이후 가장 강력한 구조적 팽창 국면에 진입했다. 작년 세계 국방비 지출은 2조63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미국은 2026 회계연도 예산으로 역대 최초 1조달러 돌파를 제시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무기 수출 점유율이 7%까지 급락하며 생긴 공백을 유럽과 중동의 수입 수요가 메우고 있다. 특히 유럽의 무기 수입은 210% 급증하며 세계 최대 수입 지역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한국 방산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정치적 중립성 등을 기반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와 플랫폼화되는 방산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은 현대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인공지능(AI)은 탐지에서 타격에 이르는 '킬체인'을 수 분에서 수 초 단위로 압축하며 의사결정 속도를 전쟁의 승패 요인으로 만들었다.
드론은 소모재로 전환돼 대량 생산 체계에 진입했고 C4ISR(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 체계는 AI 플랫폼 중심으로 진화 중이다.
팔란티어의 'Gotham'이나 안두릴의 'Lattice' 같은 AI 기반 전장 관리 플랫폼이 실전에 활용되며 방산은 이제 단순한 무기 제조를 넘어 ‘기술 통합 플랫폼 산업’으로 변모했다.
한국 방산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지상 플랫폼뿐 아니라 유도무기, 항공, 해상 플랫폼 전 영역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K9 자주포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하는 독보적인 실적을 냈고 천궁-II는 UAE와 이라크 등 중동 방공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K-방산 빅4의 작년 합산 매출액은 41조원, 수주잔고는 84조원으로 2020년 대비 388% 급증하며 향후 수년간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K-방산은 이제 단순한 수출 호조를 넘어 산업 체질 자체가 고수익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2021년 2~5%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이 작년 평균 10%를 돌파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생태계 수출, 금융 인프라의 결정적 역할
K-방산의 수출 모델은 완제품 납품을 넘어 현지 생산, 기술 이전, MRO(유지보수)를 포괄하는 '생태계 수출'로 고도화되고 있다. 폴란드에서의 K2 전차 현지 생산과 루마니아의 K9 공장 설립 등은 구매국에 일자리 창출과 기술 이전을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는 장기 금융이 수반되는 정부 간 거래(G2G)라는 특성이 있다. 조 단위 빅딜이 일상화되면서 국내 수출금융 지원 한도가 수주 병목의 핵심 제약 요인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대외군사재정프로그램(FMFP)을 통해 구매국에 직접 금융을 지원하고 독일은 정부가 직접 계약 주체로 나서 이행을 보증한다. 한국 역시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과 더불어 민간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무기+금융’ 결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의 확장 속도만큼이나 생산적 금융의 지원 규모가 K-방산의 최종적인 글로벌 점유율을 결정할 전망이다.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항공엔진과 핵심 센서의 국산화가 선결 과제다. 또한 무인 체계와 AI 기반 신기술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방산 특화 모험 자본 확대도 차세대 K-방산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KF-21 등에 탑재되는 엔진은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수출 확대 시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며 "1만5000lbf급 국산 항공엔진 독자 개발은 10년 이상의 기간과 수조 원의 투자가 필요한 프로젝트로, 단기 수익성에 좌우되지 않는 '인내 자본'의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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