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사업의 그림자⸱⸱⸱‘IPO 실패 시 2.8조원 손실 가능’
부채는 줄었지만⸱⸱⸱일부 계열사 여전히 ‘차입 의존’
석유화학 계열사 신용도 ‘줄하향’…사업 구조 재편 시급

SK그룹이 본격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며 미래 전략의 핵심 키워드를 ‘AI’와 ‘배터리’로 설정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HBM과 AI 수요를 바탕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그룹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배터리와 석유화학 부문의 불확실성이 그룹 전반의 신용 안정성에 잠재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 대규모 투자 속 AI 집중⸱⸱⸱포스트 반도체 전략 시동
SK하이닉스는 오는 2028년까지 총 10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 중 80%에 달하는 82조원을 AI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 투입한다. AI 메모리 점유율은 2023년 5%에서 2028년 6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또한 AI 데이터센터 및 AIX 사업을 통해 AI 수익모델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AI 중심 재편은 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에도 반영됐다. 2024년 영업이익은 2.3조원에서 2.4조원까지 회복되며, 순차입금은 전년 대비 12조원 줄어든 12조원으로 집계됐다.
■ 배터리 사업의 그림자⸱⸱⸱‘IPO 실패 시 2.8조원 손실 가능’
반면, SK온은 대규모 합병과 확장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2024년 영업적자는 1.1조원으로, 전년 대비 손실폭이 확대됐다. 미국 IRA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 내 정책 불확실성이 부담이다.
특히 SK온은 투자유치를 위해 체결한 계약에 따라 2026년 말까지 IPO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가 지분 회수를 요구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약 2.8조원에 달하는 콜옵션 이행 의무를 떠안게 된다. 여기에 PRS(주가수익스왑) 계약 정산까지 포함되면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 부채는 줄었지만⸱⸱⸱일부 계열사 여전히 ‘차입 의존’
그룹 전체 기준으로는 순차입금이 2023년 84.9조원에서 2024년 79.5조원으로 줄었고, 부채비율도 134%에서 118%로 개선됐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SK에코플랜트는 각각 31조원, 5조원으로 여전히 높은 차입금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 석유화학 계열사 신용도 ‘줄하향’…사업 구조 재편 시급
SK피아이씨글로벌, SK어드밴스드, SKC 등 석유화학 계열사는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전망이 부정적으로 전환됐다. 올레핀 중심 제품의 수익성 악화, 중국발 공급과잉, 고정비 부담 등으로 인해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SKC는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기존 사업의 실적 부진과 투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며 2024년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 반도체는 살아났지만, 그룹 중심축은 불안정
2024년 반도체 부문은 SK그룹 실적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회복 지연,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 그리고 구조조정에 따른 재무 불확실성은 그룹 전반의 신용도에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이에 SK그룹이 명실상부한 ‘AI 중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와 석유화학 부문에서의 명확한 실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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