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칩스법’으로 불리는 반도체 보조금 이행을 한국기업에만 지연시키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긴장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0일 자국 기업인 마이크론에 61억6500만 달러(한화 약 9조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을 확정했다. 이로써 마이크론은 인텔(78억6000만달러), TSMC(66억달러), 글로벌파운드리스(15억달러)에 이어 네번째로 보조금 확정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남은 기업은 삼성전자(64억 달러)와 SK하이닉스(4.5억 달러)뿐이다.
당초 미 상무부는 이들 기업과 체결한 예비 거래 각서의 이행을 내년 2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 취임 전인 올해 내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내년으로 넘길 경우 보조금 폐지를 공약한 트럼프의 의지에 따라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진다는 판단에서다.
캐나다 IT전문 매체 WccfTech는 13일 “삼성은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17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보조금 협상이 결렬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삼성의 첨단 반도체 기술 투자 속도가 늦춰졌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치적 상황과 트럼프의 최근 선거 승리로 인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삼성은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대한 170억 달러 투자가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삼성의 현실을 꼬집는 분석도 내놨다. 3나노미터(nm)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에서 ‘끔찍한’ 수율을 경험했다는 이유다. TSMC를 잡기 위해 도입한 GAA 기술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연구소에서 수율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양산 공정으로 이관하면서 안정성이 떨어지고 무리하게 선단공정 개발에 나서면서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삼성이 최근 2세대 3nm GAA 수율이 초기 목표 70%에 훨씬 못미치는 20%에 불과하다며 “야망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삼성은 테일러 공장에 ASML의 최첨단 EUV 장비 도입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UV란 반도체 제조 과정인 포토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는 리소그래피 기술 또는 이를 활용한 제조공정이다. 현재 네덜란드 ASML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다만 매체는 “삼성 '율리시스'라는 코드명의 2nm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따라서 보조금은 삼성이 테일러 공장에 계속 돈을 투자하겠다고 확인하는 경우에만 보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삼성의 투자 의지에 확신을 갖지 못한 것이 보조금 확정의 걸림돌이라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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