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경기도의 2026년 본예산 편성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9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경기도는 내년도 총예산 규모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나 올해 38조7000억원 규모를 벗어나기 어려운 긴축 관리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 압박이 역대급으로 가중되는 상황에서 경기도는 상반된 두 가지 현실과 씨름하고 있다.
하나는 중앙 정부 예산안에 지역 숙원 사업을 대거 반영하는 데 성공하며 '정책 외연'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부동산 침체로 인한 자체 세입 감소로 '내실'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2026년 예산안은 이처럼 '성장 엔진'과 '민생 안전망' 사이의 이중적 균형을 요구받으며 위태로운 줄타기를 시작했다.
■ 접경지역 182% 증액의 이면⸱⸱⸱국비 잭팟, 지방비 매칭의 '덫'
경기도는 2026년 정부 예산안에 접경지역 성장 지원과 낙후 지역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핵심 예산을 대폭 확보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접경권 발전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의 예산은 올해 26억5000만원에서 내년 75억원으로 182% 증가했다. 또한, 낙후 지역 인프라 개선을 위한 특수상황지역개발 사업 예산도 올해 543억원에서 내년 565억 원으로 4% 증가했다.
이는 경기도가 민선 8기 후반기 도정 역량을 집중한 경기 북부 균형 발전 정책이 중앙 정부의 정책 방향과 성공적으로 연계되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탄이다. 특히 올 3월 접경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가평군 등에도 신규 사업이 포함되면서 실질적인 지역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러한 '국비 잭팟'의 성과가 경기도의 자체 재정 건전성 악화와 맞물리면서 딜레마를 마주했다는 점이다.
• 자체 세입의 구조적 취약성
경기도의 핵심 세원인 취득세는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2024년 이후 지속된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인해 경기도는 당초 예상했던 취득세 수입 목표치 달성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도 기획조정실 발표에 따르면 올해에도 이러한 세입 감소세가 이어져 내년 예산 편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 지방비 매칭 부담 증가
국비 사업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재원이 일정 비율 이상 투입되는 매칭 방식이다. 접경권 발전지원 사업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의 국비가 늘어날수록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할 지방비 부담액도 비례해 증가한다.
이로 인해 경기도 재정은 대규모 장기 인프라 투자를 위한 국비 매칭은 감당해야 하면서도 자체 세수 부족으로 생활 밀착형 복지 및 민생 안정 사업의 예산은 삭감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 '선택과 집중'의 고민⸱⸱⸱위축되는 민생 안전망
이 같은 재정 압박은 예산 배분에서 '개발'과 '민생' 사이의 균형점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지출 구조조정의 정치적 위험성
경기도는 2026년 예산에서 '성과 저조 사업 일몰' 등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이는 재정 효율화라는 명분으로 포장되지만, 사업 일몰 기준이 단기적 성과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모호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예산 확보 성공률이 높았던 AI, 반도체 특화 산업 및 대규모 교통 인프라 등에 예산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강화되면서 비주력 분야(문화, 교육, 일반 복지)에 대한 예산 배분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예산의 칼날이 가장 약한 고리인 민생 복지 분야를 먼저 겨눌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의 구조적 지원과 도민 신뢰 회복이 시급한 시점이다.
재정 전문가인 김용대 예결신문 자문위원은 "지자체의 재정 악화 속에서 국비 사업의 지방비 매칭 비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재정 자립도가 취약한 지자체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재정 상태를 고려하여 지방비 부담률을 유연하게 완화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기도가 예산 절감 차원에서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그 결정 과정과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재정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지적도나왔다. 김 위원은 "이는 여야정협치위원회 등을 통한 논의가 단순한 정치적 봉합이 아닌, 합리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장기적 재정 전략 수립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2026년 예산은 '미래 성장'과 '당장의 빈약한 민생' 사이에서 중대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시험대다. 도민의 삶을 지키면서도 재정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간단 요약
• 총예산 규모는 미정이나 경기도는 2026년 예산안에서 접경권 발전지원 사업 예산을 182% 증액했음에도 취득세 감소로 인한 자체 세입 붕괴로 재정 딜레마에 봉착
• 국비 사업의 지방비 매칭 부담 증가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우선시하게 만들고 자체 재원으로 운영되는 생활 밀착형 민생·복지 사업의 예산 축소를 가속화할 위험
• 국비 매칭 비율의 유연한 조정과 함께 예산 편성 및 사업 축소의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재정 민주주의' 강화 필요
■ 출처
• 경기도 2026년도 정부 예산안 확보 자료
• 경기도 기획조정실 발표 자료
• 경기도 재정공시
• 행정안전부 재정공시
• 기획재정부 예산안·결산보고서
•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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