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보유 41기 중 사고 기종 39기···모기업 AK홀딩스 파장 주목

29일 ‘무안 참사’를 일으킨 제주항공 보유 기종 보잉737-800이 같은 날 노르웨이에서도 유압 고장으로 불시착한 사실이 알려지며 해당 기종이 근본적 결함을 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인도 일간지 ‘텔랑가나 투데이’는 “보잉737-800 여객기 두 대가 같은 날 노르웨이의 토르프와 한국의 무안 두 곳에서 각각 사고가 났다”고 보도했다. 무안에서는 승무원 두명을 제외한 179명 전원이 사망한 반면 노르웨이에서는 182명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보도에 따르면 현지시각 28일 오슬로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출발한 KL1204기는 이륙 직후 5000피트 상공에서 유압 고장을 일으켜 토르프의 산데피요르드 공항으로 회항해 착륙했지만 활주로를 벗어나 근처의 풀밭으로 미끄러졌다.
매체는 “두 항공기 모두 737-800 항공기로, 이 기종이 운항하기에 안전한지 조사 보고서를 기다려야 한다”며 “보잉은 이에 대해 심각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종은 앞서 2022년 3월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에서 추락, 131명 전원이 사망해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운항사인 중국 동방항공은 B737-800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또 올 3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향하던 알래스카항공 B737-800 여객기 객실에서 연기가 나면서 포틀랜드 공항으로 회항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휴스턴행 B737-800 여객기 엔진 커버가 상공 3000m 고도에서 종잇장처럼 떨어져 나갔다. 5월에는 독일 쾰른에서 출발한 코렌돈항공 소속 B737-800 여객기가 튀르키예 가지파샤 공항에 착륙하던 중 바퀴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해당 기종은 1997년 출시 후 2019년 생산 중단 시까지 5000기 넘게 팔려 보잉737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문제는 제주항공이 이처럼 ‘사고 기종’ 낙인이 찍힌 B737-800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했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항공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총 41기로, 그중 B737-800이 39기나 된다. 특히 대부분이 기령 14년이 넘어 국토교통부가 기준으로 삼는 노후 항공기 기령 20년을 거의 채운 상태다.
이 밖에 해당 기종은 티웨이항공 25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6대, 대한항공 2대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장 고객들 사이에서 제주항공 기피 현상이 확산하면서 회사는 그야말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대대적인 기종 교체를 서둘러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아서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19년부터 4년간 내리 적자를 기록하며 심각한 재정 악화에 빠졌다. 이후 지난해 흑자(1698억원)로 돌아서며 한숨 돌렸으나 올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391%나 되는 반면 유동비율은 고작 44%에 불과하다. 당장 돌아올 부채를 메꾸기에도 벅찬 상황인 셈이다. 단적으로 1년 내 돌아올 차입금, 리스, 미지급금 등 단기부채가 5647억원에 달하지만 현금성 자산은 2155억원에 불과하다.
제주항공의 위기는 모기업인 AK홀딩스(지분 50.3%)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AK홀딩스 역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약 410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본 후 지난해 2791억원 흑자로 돌아섰으나 수년간 이어진 실적 부진 탓에 지난 3분기 기준 부채비율 310%, 유동비율 56%로 재무 상황이 열악하다.
AK홀딩스는 2022년 제주항공 주식 830만5648주를 기초자산으로 1300억원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여기에 추가로 7건의 주식담보 대출로 1640억원을 빌렸으며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오너일가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AK홀딩스의 최대주주 애경자산관리도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21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자금은 AK 계열사 운영자금에 쓰였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이 그룹의 ‘소년 가장’이라는 비아냥이 나돌기까지 했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고객의 외면을 받은 AK(애경)그룹은 이번 참사로 인해 그 신뢰가 더욱 추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벌써부터 주주들은 ‘손절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중이다.
여기에 당장 참사 유가족들에게 피해배상도 서둘러야 한다. 또 내년부터 수령하기로 한 제주항공의 배당금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재무구조 개선이 한걸음 더 멀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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