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C삼립은 늘 저마진 기업이었다. 영업이익률은 수년째 1~2%대에 머물렀다. 회사는 이를 “빵·제과업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지만, 유사한 업종의 해외 기업들은 8~1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SPC삼립의 반복적인 사망사고와 관련해 “노동자들을 쥐어짤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낳은 참사”라고 표현한다. 즉 장시간 근로와 희생으로 유지돼 온 구조로, “이제는 숫자 뒤에 숨겨져 있던 비용이 표면화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5월 발생한 SPC 공장의 사망사고는 이 같은 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 사고 이후 SPC삼립은 인력 250명 충원, 4조 3교대 도입, 야간근무 폐지, 설비 자동화와 신공장 건립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발표했다.
임금 보전 방안도 포함됐다. 휴일·야간수당 가산율을 50%에서 75%로 올리고 기본급도 인상한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시화공장을 직접 방문해 “장시간 맞교대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한 결과다.
다만 이는 단기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인건비 고정비가 늘고 2000억원이 넘는 설비 투자는 감가상각 부담을 키운다. 단기 적자는 불가피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비용 부담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는 “SPC의 가장 큰 문제는 치러야할 비용을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가 떠안았다는 것”이라며 “사망사고는 그 비용이 더 이상 은폐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SPC삼립의 영업이익률은 수년간 2%에 불과하다. 특히 올 상반기엔 1.07%로 하락했다 SPC삼립이 제빵업계에서 절대적 점유율을 보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익률이란 지적도 나온다.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글로벌 식품기업(네슬레·몬델레즈 등) 평균 8~10%에 달한다. 또 일본 최대 제빵기업인 야마자키제빵의 영업이익률은 5%대다. 자동화 설비 투자를 지속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병행해 구조적 안정성 확보한 케이스다.
SPC삼립은 전국 7개 공장 1만명 이상의 생산직원, 물류·납품망 고정비율이 매출액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밀, 설탕 등 원재료 비용이 전체 매출원가의 50% 이상이다.
SPC삼립의 낮은 이익률은 원재료·납품 구조 탓도 크지만, 고정비 부담이 심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구조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이 부담을 기계화가 아닌 노동 강도로 메꿔왔다는 점이다.
■ “기계가 멈추면 사람이 희생됐다”
경기도 시화공장 전직 노동자 A씨는 “기계가 자주 고장 나도 공장을 멈출 수 없었다”며 “라인이 멈추면 납품이 지연되니 결국 직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수리하며 생산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야간근무는 피할 수 없었다. 사고 위험이 커도 교대제를 바꿀 여력이 없었다”며 “사실상 저임금을 야간·초과근무로 보전하는 구조였다”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영업이익이 낮다’는 이유로 안전·임금 투자를 늘릴 수 없다고 말해 왔다”며 “사실상 저마진의 부담을 노동자에게 떠넘긴 셈”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SPC삼립의 고강도 개선 대책은 단기적 적자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조치가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화 설비와 신공장은 초기 비용은 크지만, 장기적으로 생산 효율을 높인다는 점에서다.
산업재해는 소비자 불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SPC그룹은 지금까지 반복된 사고와 이에 따른 불매운동으로 고초를 겪어왔다. 하지만 노동환경 개선은 곧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다. 더 나아가 저마진 납품형 제품에서 벗어나 프리미엄·건강·친환경 라인을 강화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단순한 ‘사건 수습 비용’으로 볼지, 아니면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을지가 관건”이라며 “만약 땜질에 그친다면 SPC삼립은 ‘저마진+고위험’ 기업이라는 최악의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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