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생에너지 비중 10% 불과⸱⸱⸱전 세계 평균(32%) 3분의 1 수준
"가스 발전 확대 계획 백지화해야"⸱⸱⸱전문가들, 재생에너지 차별하는 전력망 개편 촉구
[예결신문=신세린 기자] 전 세계 전력 시스템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화석연료의 시대가 저물고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청정전원이 전력 생산의 주류로 급부상하면서다.
8일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발표한 '2025 글로벌 전력 리뷰(Global Electricity Review 2025)'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청정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40.9%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40% 선을 넘어섰다.
이는 1940년대 이후 약 80년 만에 기록된 역사적인 수치다. 이러한 성장의 핵심 동력은 단연 태양광과 풍력이다. 특히 태양광은 단 3년 만에 발전량을 두 배로 늘리며 작년 한 해에만 474TWh의 발전량을 추가했다. 이는 전 세계 신규 전력 수요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며 에너지 전환의 핵심임을 입증했다.
필 맥도널드 엠버 대표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태양광 발전은 이제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대세로 자리매김했다"며 "배터리 저장 기술(ESS)의 비약적인 발전과 결합된 태양광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전기 수요를 충족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전기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거꾸로 가는 한국, '태양광 5%·풍력 0.5%' 초라한 성적표
글로벌 전력 시장이 재생에너지를 향해 질주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멈춰 있다. 작년 한국의 태양광 발전 비중은 고작 5%에 불과했다. 2021년 4%에서 3년 동안 겨우 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전체 재생에너지 비중 역시 10%로, 전 세계 평균인 32%와 비교하면 민망할 정도로 낮다.
풍력 발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작년 기준 한국의 풍력 발전 비중은 0.5%로, 2020년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해상풍력 특별법이 통과되며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으나,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계통 접속의 한계로 인해 현장에서의 확산 속도는 여전히 거북이걸음이다.
아디티야 롤라 엠버 아시아 프로그램 디렉터는 "한국의 청정에너지 발전 지표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광범위한 변화의 속도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은 1인당 전력 수요가 높고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전기 소비량이 많은 상위 10개국 중 1인당 전력 부문 배출량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석탄의 가스화' 악수(惡手)⸱⸱⸱화석연료 늪에 빠진 한국
우리나라 전력 정책의 가장 큰 패착 중 하나는 석탄 발전의 빈자리를 재생에너지가 아닌 또 다른 화석연료인 '가스(LNG) 발전'으로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석탄 발전이 정점을 찍은 이후 발전량은 28% 감소했으나, 그 몫은 고스란히 가스 발전으로 넘어갔다. 가스 발전량은 2017년 136TWh에서 지난해 178TWh로 오히려 급증했다.
이러한 '가스 잠김(Gas Lock-in)' 현상은 한국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이례적인 폭염이 전력 수요를 폭증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화석연료 중심의 대응은 결국 기후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실제로 작년 여름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20%가 냉방 수요였으며 한국 역시 11TWh의 수요가 증가하며 기후 변화가 에너지 시스템에 가하는 압박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석탄 발전을 퇴출하고 그 자리에 다시 가스 발전을 세우는 계획은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재생에너지만이 유일하고 지속 가능한 대안"이라며 "화력발전을 우대하고 재생에너지를 차별하는 현행 전력 계통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등을 최소화해야 한국 경제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정책적 결단 없이는 '에너지 안보'도 없다
결국 문제는 정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이 가장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원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에서는 각종 규제와 계통의 한계로 인해 성장이 억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상풍력특별법에 따른 계획입지 도입과 인허가 단일 창구(원스톱숍) 체계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아디티야 롤라 디렉터는 "한국도 올바른 정책과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아시아 청정에너지 전환의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글로벌 무역 장벽(RE100 등)을 극복하는 핵심 열쇠"라고 덧붙였다.
작년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4분의 3을 재생에너지가 충당했다는 사실은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석연료라는 구시대의 유물에 매몰되어 있는 사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은 이미 청정 에너지로 옮겨갔다. 대한민국 전력 정책의 과감한 새 판 짜기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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