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APC·온라인 도매시장 점유율 50% 달성 목표⸱⸱⸱기득권 카르텔 깨는 '티핑 포인트'
스마트 농업-스마트 농협 결합, 데이터가 견제하는 투명 경영으로 '진짜 농협' 완성
[예결신문=신세린 기자]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은 농산물 유통 현장을 전격 방문, 고질적인 다단계 유통 구조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즉각 축소할 것을 지시했다. 이 지시는 10년 넘게 도돌이표를 반복해온 유통 개혁의 근본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이제 초점은 생산 현장을 바꾸는 '스마트 농업'에서 농산물이 팔려나가는 통로인 농협 조직 자체를 혁신하는 '스마트 농협'으로 향하고 있다.
스마트 농업이 스마트팜과 드론 등을 통해 '더 잘 기르는 법'을 고민한다면, 스마트 농협은 그렇게 생산된 고품질 농산물을 '더 투명하고 비싸게 파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농민이 아무리 첨단 기술로 농사를 지어도, 이를 파는 조직인 농협이 조합장 1인의 인맥이나 구태의연한 오프라인 경매에 의존한다면 유통 혁신은 불가능하다.
이재명 정부는 스마트 농협을 통해 유통 경로를 '생산자(스마트 APC) → 온라인 도매시장 → 소비자/소매처'의 3단계로 압축해 유통 비용 연간 2.6조원을 절감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동했다.
김기태 전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이러한 시스템 기반 개혁의 중요성에 대해 "지역농협 조합장은 인사권과 사업권, 예산권 등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며 지역 사회의 '소영주'로 군림하고 있다"며 "현재의 농협은 농민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조합장의 재선을 위한 정치 조직으로 변질됐다.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 제한은 농협을 농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최소한의 민주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 "스마트 APC와 온라인 도매시장, 전체 유통의 50% 책임진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스마트 농산물 산지유통센터(Smart APC)'와 '온라인 도매시장'의 점유율을 전체 농산물 유통의 50%까지 끌어올리는 데에 있다. 이 수치가 실현된다면 지난 수십 년간 가락시장 등 대형 도매법인들이 장악해온 '경매 카르텔'을 무너뜨리고 시장의 주도권을 오프라인 기득권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오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된다.
스마트 APC는 농산물의 입고부터 선별, 저장, 출하 전 과정을 데이터화해 관리한다. 과거 조합장의 측근이나 유력 조합원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던 등급 판정이나 출하 순서가 이제는 AI와 센서에 의해 객관적으로 결정된다.
이렇게 규격화된 데이터 농산물은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전국 어디든 직송된다. 정부는 내년까지 온라인 도매시장의 거래 규모를 5조원 이상으로 확대, 물리적 이동을 최소화하고 유통 단계를 절반으로 줄이는 '유통 고속도로'를 안착시킬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로 '정보의 민주화'를 꼽는다. 스마트 농협 시스템이 안착되면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실시간 경락가와 유통 경로가 전용 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는 본지가 2부에서 다뤘던 '제왕적 조합장'의 독단적 경영과 정보 독점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가장 강력한 민주적 감시 도구가 된다.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유통 단계 축소의 실효성을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기계를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산지의 정보를 표준화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과정"이라며 "온라인 도매시장과 스마트 APC가 정착되면 중간 유통 마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이는 곧 농가 수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 역시 농협 본연의 기능 회복을 강력히 주문하며 "농협은 농민들이 농사지은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주는 본연의 경제사업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농협은 신용사업 수익에 안주하며 농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조합장이 주인 노릇을 하는 농협이 아니라 농민이 주인이 되어 유통 과정을 감시하고 참여하는 구조적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예결신문이 3부에 걸쳐 연재한 농협 개혁은 결국 '시스템의 민주화'다. 제왕적 조합장의 시대가 저물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스마트 농협'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유통 단계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고, 전체 물량의 절반을 디지털로 처리하는 작업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농민에게 정보 권력을 되돌려주는 거대한 사회적 혁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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